[오늘의 큐레이션] 페이스북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삼켰나

조회수 2016. 3. 12. 13: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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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저널리즘연구소장
"우리가 알던 뉴스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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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은 물리적 제한이 없습니다. 그만큼 콘텐츠들도 많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읽고 권할 만한 것을 북클럽 오리진이 골라 소개합니다. [오늘의 큐레이션]입니다.

오늘은 에밀리 벨(Emily Bell, 1965년생)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교수가 며칠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한 특별 강연을 요약 정리해드립니다. 제목은 '우리가 알던 뉴스의 종언: 페이스북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삼켰는가(The End of the News as We Know It: How Facebook Swallowed Journalism)입니다.



비즈니스는 물론 일상 생활까지 모바일과 결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렴되면서, 세상은 플랫폼을 구축한 회사와 거기에 편승하려는 나머지 기업들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지 여부는 논쟁거리이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벨 교수의 강연은 이처럼 갈수록 범위와 영향력을 넓혀가는 플랫폼 기업과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날카롭게 진단합니다. 이와 함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비단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일반에도 여러가지를 시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일반 독자들로서는 무심코 소비하는 콘텐츠 이면에 이런 숨가쁜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에밀리 벨 교수는 영국 가디언의 주말판 신문 옵서버의 미디어산업 담당 기자 출신으로 2001-2006년 가디언 언리미티드의 편집국장을 맡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면서 안팎에서 주목받았습니다.

2006-1010년 영국 가디언 뉴스 미디어 그룹의 디지털 콘텐츠 국장을 지낸 후, 지금은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와 대학 부설 토우 디지털저널리즘연구소 소장( 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을 맡고 있습니다.

에밀리 벨 교수 강연 원문 바로가기

우리의 미디어 지형과 공론의 영역, 그리고 저널리즘 산업에 정말 극적인 뭔가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거의 알아채지도 못한 채, 더구나 공적인 검토나 필요한 논쟁의 수순은 아예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뉴스 생태계는 아마도 그전 500년의 어떤 시기보다도 더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우리는 기술적인 능력, 그러니까 가상현실, 실시간 동영상, 인공지능 뉴스봇, 인스턴트 문자전송, 채팅앱 같은 것에서 엄청난 도약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퍼블리싱 저널리즘(publishing journalism, 직역하면 출판 저널리즘. 여기서는 온오프라인 미디어를 통칭한다.) 생태계에 대한 통제력과 재원 조달에서도 거대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퍼블리싱 생태계의 미래는 소수(유력 플랫폼 기업들)의 수중에 들어가, 지금은 이들이 다수의 운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저널리즘을 삼키는 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치 캠페인, 은행시스템, 개인 히스토리, 레저 산업, 소매업, 심지어 정부와 안보까지 모든 것을 삼켰습니다.

주머니 안의 전화는 우리가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포털)이 됐습니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교육과 정보, 연결을 위한 대단히 흥미진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수많은 우발적인 실존적 위험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플랫폼의 주력 사업으로 볼 때 저널리즘은 작은 보조적인 활동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인터넷과 소셜 웹은 저널리스트들이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출판 저널리즘 사업을 경제성은 없는 벤처(모험적 사업)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가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이미 일어났습니다.

첫째, 뉴스 발행사(이하 '퍼블리셔'로 통칭합니다)들은 콘텐츠 배포(distribution)에 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 회사들은 그동안 퍼블리셔들이 하고 싶어도 구축할 수 없었던 것을 장악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뉴스가 불투명하고 예측불가능한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통해 필터링되고 있습니다.

뉴스 업계는 이런 추세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BuzzFeed, Vox, Fusion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태생부터 디지털 기반인) 신생 진입자들은 이런 (포털 주도) 시스템에 맞서는 대신 그 안에 편입해서 활동한다는 전제 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왔습니다.
둘째, 그것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는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누리는 힘의 증강입니다.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회사들 중에서도 최대 거물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그리고 심지어 그 다음 순위 회사인 트위터나 스냅챗, 그리고 신생 메시지 앱 회사들까지 영향력이 극도로 강해졌습니다.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발행하고, 그것으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 점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큰 힘의 집중이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규모의 경제에 유리합니다. 그 결과 영국 같은 나라의 미디어 시장에서 그동안 신중하게 큐레이팅해온 다원성은 일거에 사라지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그런 비정상(과도한 힘의 집중)을 솎아내기 위해 그동안 의존해온 시장의 역동성과 반독과점법이라는 장치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의 상당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모바일 혁명입니다. 모바일 안에서 일어나는 혁명적 변화 때문에, 우리가 온라인에서 쓰는 시간의 양과 일의 가지 수,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주의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애플에게 감사를)에 구현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들은 다양한 행동을 유발하는 앱에 유리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최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가 모바일에 내려받은 앱 수는 평균 25개인 반면 매일 사용하는 앱은 4-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시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셜 미디어 앱에 쓰고 있으며, 특히 페이스북의 비중이 다른 어떤 소셜 플랫폼보다 월등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다수는 페이스북 사용자이고 이 중 다수는 규칙적으로 페이스북에서 갖가지 뉴스를 얻습니다. 미국 성인의 40%가량이 페이스북을 뉴스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해볼까요.
  
사람들은 점점 스마트폰의 사용 범위를 넓혀간 끝에 결국에는 모든 방면에 걸쳐 그것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앱을 통해서 합니다. 특히 페이스북, 왓츠앱, 스냅챗, 트위터 같은 소셜과 메시지 앱을 통해서 말이지요.

그런 앱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합니다. 플랫폼의 경쟁 이점은 사용자들을 앱 안에 잡아둘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우리가 만든 앱 안에 더 오래 있을수록 그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고, 더 많은 정보를 광고 판매에 활용할 수 있으며, 수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뺏기 위한 경쟁도 치열합니다. '묵시론에 나오는 4명의 말 탄 사람(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넣는다면 다섯)은 누가의 기술, 플랫폼, 심지어 이념이 승리할지를 두고 열띤 장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에는 예기치 않게도 저널리스트들과 뉴스 발행사들이 그런 경쟁의 수혜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회사들이 앞다퉈 언론사에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의 서비스를 내놓거나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을 말한다.) 

자금력 좋은 플랫폼 회사들이 뉴스를 배포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은 희소식입니다. 하지만 한 쪽 문이 열리면서 다른 쪽 문이 닫히고 있습니다.
 
지난해 스냅챗은 자체 개발한 디스커버 앱을 출범시켰습니다. 그것으로 Vice, BuzzFeed, 월스트리트저널, Cosmo, Daily Mail 같은 미디어에 유통 채널을 제공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을 시작했습니다. 오는 4월에는 모든 퍼블리셔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최근에 발표했습니다. 애플과 구글도 재빨리 뒤따랐습니다. 각각 '애플 뉴스'와 '빨라진 모바일 페이지'를 출범시켰습니다.

트위터도 뒤지지 않고 싶었던지, 독자적인 Moments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전모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을 서비스하기 위해 플랫폼 상에서 인기있는 것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이와 함께, 퍼블리셔들에 대해서는 앱과 뉴스 시스템에서 직접 콘텐츠를 발행하도록 유인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퍼블리셔로서는 자신의 모바일 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끌리게 마련입니다.

여기에다, 애플은 광고차단 소프트웨어를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퍼블리셔로서 유통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대안이 모바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인데, 지금은 아이폰 상에서 누구라도 모든 광고와 (방문자를 기억하는) 트래킹 소프트웨어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스냅챗의 디스커버나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의 경우에는 플랫폼에서 올라오는 기사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체로 광고차단 프로그램으로부터 안전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모바일에서 독자적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미 극도로 작은 규모의 모바일 디지털 광고가 잠재적으로는 깎여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퍼블리셔들이 아무도 첫 장면에서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성가신 광고들로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무겁게 장식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될 겁니다.)
결국 (공익기관이 아닌) 수익을 올려야 하는 퍼블리셔들로서는 세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첫째, 더 많은 콘텐츠를 곧바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턴트 아티클 같은 앱에다 밀어넣는 겁니다. 이곳은 광고 차단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브라우저에서보다는 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유통회사에서 나오는 수익과 트래픽에 의존하는 데서 오는 위험은 대단히 높습니다.

둘째, 유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과 수익원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남의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독자를 확보하려 드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무작정 독자의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독자의 참여도를 측정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게 낫습니다.

이런 선택의 맥락에서는 회원 가입이나 유료구독자 확보가 가장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방안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경우 전제 조건은 구독자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가 유포되는 온라인 세계에서 이것을 달성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패키지 상품에 친밀감을 느끼도록 할 때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심지어 유료구독 방식이 작동하는 소수 브랜드의 경우에도 대개는 광고 수익의 부족분을 메울 정도는 못 됩니다.
셋째, 광고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광고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거지요. 예전에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스폰서십'이라 부르던 것들입니다. 지금은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로 알려졌지요. 이 분야가 미국에서는 모든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 전체의 4분의 1 정도까지 성장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 회사인 BuzzFeed나 Vox, 그리고 하이브리드형 매체인 Vice는 그 사업 방식의 핵심이 스스로 광고 에이전시가 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죽어가는 퍼블리싱 모델을 파괴적으로 혁신했습니다.

요컨데, 이들은 광고주들과 직접 거래해서 우리가 페이스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바이럴 동영상과 GIF들을 만들어 올리는 거지요. 그러고는 과거에 '좋아요'를 누른 적이 있거나 그 퍼블리셔가 만든 다른 콘텐츠를 공유한 사람들 모두에게 그 광고물들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퍼블리셔들이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해답은 최종도착지가 되는 독자적인 앱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봐 왔듯이, 독자적인 앱조차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들이 구축한) 유통 표준에 맞춰야만 합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고 해도, 지금은 광고(특히 종이인쇄물)가 위축 상태에 있고 온라인 광고 역시 정체 상태에 있는 시기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최종 도착지로서 자기 지위(destination) 확보와 콘텐츠 유포 확산(distribution)이라는 이 두 가지는 전통적인 퍼블리셔들이 지금 당장 내려야만 하는 아마도 가장 힘든 투자 결정일 것입니다.

퍼블리셔들은 (페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에 뉴스가 나가면 트래픽이 지금보다 3-4배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퍼블리셔들이 유통 플랫폼 위에 '올 인'을 해서, 소셜 웹 상에서 통하는 저널리즘과 스토리들을 생산해내려는 유혹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앞으로 뉴스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체 생산 능력, 기술 능력, 심지어 광고 부서까지 완전히 포기하고 그것을 제3자 플랫폼에 모두 줘버리게 되는 상황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위험이 높은 전략입니다: 자신의 독자나 시청자와의 관계, 자체 수익, 심지어 자신이 발행한 콘텐츠가 홈페이지까지 도달하는 경로에 대한 통제권까지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온라인에는 수십 억 사용자가 활동하고 수십 만 건의 기사, 사진, 동영상이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셜 플랫폼으로서는 중요하면서 인기 높은 최신의 것들을 솎아내고, 누가 뭘 봐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채택해야 합니다. 우리로서는 그들이 그렇게 하는 데 대해 신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각 플랫폼 회사가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선별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혹은 전혀 없습니다. 예컨데, 페이스북이 (최근에 결정한 것처럼) 동영상 스토리가 텍스트 스토리보다 더 좋은 조회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판단한 경우에도, 우리로서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혹은 우리가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 영역은 규제 무풍지대입니다. 이들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내부 작동 과정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없습니다.
마크 저그버그처럼 기술적으로 유능하고 소셜 지능이 발달돼 있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고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새로운 계급의 사람들이, 과거 우리가 봐온 정체돼 있고 정치적으로 완고하며, 종종 타락상을 보이는 게이트키퍼(언론사)들이 갖고 있던 기능과 경제적인 힘을 뺏아가는 데에는 (우리에게도) 막대한 혜택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파워의) 이동이 얼마나 심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공적, 사적 삶의 중요한 부분들에 대한 통제권을 아주 소수의 사람들, 그것도 선출된 것도 아니고 책임을 지지도 않는 그들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회와 서비스 연결망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누릴 수 있도록 담보할 규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든 공적 발언과 표현이, 비록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지는 못하더라도, 투명하게 다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본 필요 조건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이 영역에서 책임이 이동하고 있는 데 대한 최소한의 어떤 합의가 있어야만 합니다. 이 플랫폼들을 구축한 사람들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자유 언론의 책임을 넘겨받기 위해서 그런 일에 나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작금의 상황은 그저 그들의 기술공학적 능력의 성공 결과라는 사실에 그들 자신도 오히려 놀란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쏟아진 비판들 중 하나는 그들이 퍼블리싱 과정에서 돈이 되는 부분만 골라 따먹고 실제로 양질의 저널리즘을 생산하는 고비용의 사업은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인스턴트 아티클과 같은 지금의 초기 실험이 저널리즘과 더 통합된 관계로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저널리즘 생산 비용 부담이 크게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기술과 광고 판매와 관련한 부분에서 그럴 것입니다.

한때 오픈 웹(인터넷 민주화)이 전개되면서 완전히 민주화될 것으로 보였던 정보가 다시 중계자(플랫폼)를 거치게 됨에 따라, 저널리즘의 재원 조달 메커니즘은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바일 광고 전망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나머지 플랫폼 회사들이 월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잡아놓은 공격적인 성장 목표를 감안했을 때, 소셜 플랫폼이 지금보다 상당히 더 많은 돈을 콘텐츠 공급사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뉴스 생산업은 자본주의의 한 엔진이 되기보다 비영리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와 그것을 생산하는 저널리즘 회사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비용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 미디어 회사들이 직면할 다음 물결은 상이한 스토리와 재능, 생산품들을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에 걸쳐 매니지(생산 공급)하는 스튜디오 모델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이런 이동이 일어남에 따라, 페이스북이나 다른 플랫폼에 직접 뉴스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예외가 아닌 원칙이 될 것입니다. 콘텐츠 확산을 위해 독자적인 웹사이트를 유지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과 퍼블리셔들 간의 구분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아무리 자신을 기술 회사로만 생각한다고 해도, 플랫폼에 대한 접근부터 저널리즘과 발언의 형태, 어떤 콘텐츠를 포함시킬지 금지시킬지 여부, 다양한 퍼블리셔들을 수용할지 여부 등에 관한 모든 핵심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뉴스 퍼블리셔 계급에 일어나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질문은 우리가 어떤 유형의 뉴스와 정보 사회를 만들기 원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가 될 것입니다.
저널리즘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콘텐츠 생산 일면도에서 벗어나 더 넓게 유통되는 모델로 옮겨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회사들은 저널리즘과 저널리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내부 조직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신뢰할 만한 정보에 대한 헌신 없이는 소셜 미디어도 궁극에는 경제적 힘으로서도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잭 도시, 래리 페이지, 팀 쿡 그리고 어느 누가 됐든지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재벌은 자신을 그저 '기술 회사'가 아닌 퍼블리셔로 여겨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좋은 저널리즘의 취약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것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숙고해줬으면 합니다.

아마도 다음에 마크 저커버그가 "당신 회사는 플랫폼인가요, 퍼블리셔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됐을 때는 이렇게 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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