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배크만 씨네] 그러니까 잘 좀 숨겼어야지

조회수 2017. 7. 31. 0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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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배크만 가족의 좌충우돌 일기 (9)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북유럽 소설 바람을 몰고온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블로그 일기 아홉 번째 일화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아내는 못 당해'입니다.


오늘도 아내에게 꼼짝없이 추궁을 당하는 맞는 배크만 씨. 이럴 땐 어른 같은 아이가 따로 없군요.


번역: 이은선

일러스트: 최진영

배크만 씨네
*프레드릭 배크만 (36세)
요즘은 아이들까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깟 과자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이래 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아내 (37세)
결혼이 아이 셋 키우는 일이 될 줄이야. 이 집에선 출근도 내 몫이다. 철없는 남편 뒷수습까지. 이만하면 내가 원더우먼 아닐까.

*아들 (7세)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된다. 머리 속에는 레고 배트맨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딸 (4세)
무시하지마.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아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아, 뭐... 내가 먹었어.

아내: 다 먹었다고?

나: 화내기 전에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한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서로 이 발언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시 정적이 흐른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부모의 관점에서 봤을 때 대단히 의미심장하고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아내: 아무튼, 다 먹었단 말야?

나: 하지만 중요한 건 뭐냐면 아이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아내: (이제는 그냥 쓰레기 더미가 돼버린 과자 포장지와 나를 괜히 손가락질하며) 당신, 지금 애들 과자를 먹은 거야. 애들 과자를 먹은 거라고.

나: 하지만 아이들이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라구.


아내: 예를 들면 어떤 교훈?

나: 카르페 디엠.

아내: 뭐라고?

나: 현재를 소중히 여겨라, 열심히 살아라. 내일이면 늦을지 모른다.

아내: 내일이면 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아빠가 내 과자를 몽땅 먹어버릴지 모르니까?

나: 카르페 디엠!


아내: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나: 좋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봐. 애들이 파티에서 과자를 받은 게 토요일이었잖아. 그런데 그걸 수요일까지 남겨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응?

아내: 안 먹고 아껴둔 거잖아, 프레드릭.

나: 그건 다 쟁여두는 쟁임병이야. 다큐멘터리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병이라고.


아내: 미안하지만 당신 모자랑 타자기는 몇 개더라?

나: 나야 수집하는 거고. 그거랑 이건 엄청 다르지. 과자를 수집하는 사람이 어딨어. 미친 짓이지.

아내: 애들 과자를 먹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나: 바로 내 앞에 있는 걸 어쩌라고! 그리고 애들 건지 내가 몰랐을 수도 있잖아!!!


아내: 분명 애들이 숨겨놓은 걸 텐데.

나: 알았어, 알았다고! 하지만 그런 거라면 당신 잘못이야!

아내: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야?

나: 좀 더 찾기 어려운 데 숨겼어야지.


아내: 뭔가 좀 이상한데… 잠깐, 그 과자 어디서 찾았지?

나: 애들 옷장 깊숙한 데서.

아내: 애들 옷장은 왜 뒤진 거야?

나: 과자 찾으려고!!!


(상당히 오랫동안 정적이 흐른다)


나: 알았어. 문제가 있는 쪽은 난 거 같네.


#이_가족의_문제는_과자를_먹지_않고_아껴둔다는_것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블로거.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로 인기몰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뉴욕타임스 종합 1위 기록. 40개 언어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2016년 영화로도 제작.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 최근 번역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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