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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7.15. 작성

[아슬아슬 배크만 씨네]
불량 아빠의 사태수습법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배크만 가족의 좌충우돌 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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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소설 바람을 몰고온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블로그 일기 여덟 번째 일화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나는 좋은 아빠일 때도 있다'입니다.


육아 일기 2탄입니다. 이번에는 뭐가 잘못됐을까요. 뒷수습에 골몰하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번역: 이은선

일러스트: 최진영

배크만 씨네

*프레드릭 배크만 (36세)
요즘은 아이들까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깟 과자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이래 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아내 (37세)
결혼이 아이 셋 키우는 일이 될 줄이야. 이 집에선 출근도 내 몫이다. 철없는 남편 뒷수습까지. 이만하면 내가 원더우먼 아닐까.

*아들 (7세)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된다. 머리 속에는 레고 배트맨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딸 (4세)
무시하지마.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아들에게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아들은 왜냐고 물었다. 교훈적인 대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녀석이 묻고 싶어 했던 건 여동생은 아직 놀고 있는데 왜 자기만 자러 들어가야 하느냐는 것일 터였다.


물론 자러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대답은 많다. “너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잖아!” 이보다 더 안 좋은 대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답한 뒤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사는 게 힘들지.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네 동생은 아직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엄마한테 믿을 만한 증인이 못 돼. 지금은 뭔가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꾸며야 하거든.”

이때가 아빠로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저녁이었다. 아내가 애들한테 뭘 만들어 먹였느냐고 전화로 물었을 때 볼로네즈 스파게티를 먹였다고 했지만 사실은 저녁 대신 케이크를 먹여놓은 참이었다.


모든 흔적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 옷 중에서 볼로네즈 스파게티로 위장할 수 있을 만한 얼룩이 묻은 옷을 빨래 바구니에서 찾을 수 있으면 아내에게 스파게티를 먹다가 작은 사건이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테고, 애들 엄마가 퇴근했을 때 비밀을 발설할 능력이 되는 아이만 자고 있으면 그 시간에 정말 좋은 아빠의 모범을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행여 다음 날 모든 것이 들통나더라도 “그래, 맞아, 그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내가 이러저러한 것도 했잖아…”라고 둘러댈 수 있게 말이다.


변명을 하자면 아들을 혼자 자게 한 건 아니다. 우리 아들에게는 끌어안고 자는 물고기가 두 마리나 있다. 물고기들이랑 같이 잔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얼른 이 닦고 들어가서 자라고 해도 된다. 내가 허구한 날 나쁜 아빠는 아니다.


물론 이런 짓을 꾸몄을 때는 나쁜 아빠였고, 내 친구 아이들이 와서 하룻밤 자고 간 날, 한 시간만 나를 깨우지 않고 너희들끼리 놀면 천 크로나를 주겠다고 했을 때도 나는 나쁜 아빠였다. 생각해보니 그때 말고도 몇 번 더 있긴 하다. 하지만 만날 그런 건 아니다.


#나는_좋은_아빠일_때도_있다_나는_좋은_아빠일_때도_있다_나는_좋은_아빠일_때도_있다_나는_좋은_아빠일_때도_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블로거.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로 인기몰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뉴욕타임스 종합 1위 기록. 40개 언어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2016년 영화로도 제작.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 최근 번역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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