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배크만 씨네] 북유럽 육아남의 모범적인 하루

조회수 2017. 7. 3. 08: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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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배크만 가족의 좌충우돌 일기 (6)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북유럽 소설 바람을 몰고온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블로그 일기 여섯 번째 일화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나 이렇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입니다. 통상적인 부부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입니다.


번역: 이은선

일러스트: 최진영

배크만 씨네
*프레드릭 배크만 (36세)
요즘은 아이들까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깟 과자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이래 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아내 (37세)
결혼이 아이 셋 키우는 일이 될 줄이야. 이 집에선 출근도 내 몫이다. 철없는 남편 뒷수습까지. 이만하면 내가 원더우먼 아닐까.

*아들 (7세)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된다. 머리 속에는 레고 배트맨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딸 (4세)
무시하지마.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지 알지?

우리집은 아내가 번듯한 회사를 다닌다. 그래서 집에서 아이들 건사하는 일은 내 몫이다. 아내 회사에는 직장 동료도 있고 상사도 있고 경영진도 있다. 아내는 시무식이나 세미나가 있다면서 외출할 때도 세미나라는 단어를 굳이 힘줘서 강조할 필요가 없다.


내가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다면서 사무실에 나가서는 나 혼자 진저 비어를 마시며 일곱 시간 동안 《21 점프 스트리트》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건사한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육아에는 도가 터서 아이들과 외출하면 곧바로 차 안에서 합창을 하고 그러는 달인들도 잘 모르겠지만) 네 살과 일곱 살짜리 아이들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뭐냐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상의 리듬을 깨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지게 내버려두는 순간 게임 끝이다. 그러니까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레이 리오타가 코카인 봉투를 손에 들고 부엌에 서 있는데 경찰 헬기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같은 처지가 된다. 내가 그 장면을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여러분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꼬맹이들이 일상의 리듬을 깨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에 작정하고 아이들을 아침 여섯 시에 깨웠다.


“에? 한 시간쯤밖에 못 잔 것 같은데요!” 아들은 창밖을 내다보고는 “아직 캄캄하잖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맞아. 하지만 겨울이라서 그런 거야.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잖아. 이제 아침 먹을 시간이야!”


어찌어찌 아이들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 아침을 먹였다. 나는 어마무지하게 좋은 아빠답게 하루를 보냈다.

그러고는 해가 떨어지자 하품을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가는, “우와, 창밖 좀 봐! 진짜 캄캄하다!”라고 외치고는 아이들과 함께 자러 들어갔다.


때는 저녁 일곱 시. 아이들은 잠이 들었다. 그. 시각에. 잠이. 들었다. 보시라, 나의 이 천재적인 면모를!


나도 덩달아 잠이 들었다. 더없이 완벽한 부모처럼 다디단 단잠을.


마치 멈스넷(*Mumsnet 영국의 육아정보 사이트)에서 다른 부모들을 향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분명히 선을 긋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따로 재웠고, 방부제가 든 음식은 평생 먹여본 적이 없어요!”라며 설교를 늘어놓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부모처럼 말이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그랬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놀러간 꿈이었는데 나는 아이폰을 들고 있지 않았고, 집에서 먹던 대로 아보카도를 간식으로 들고 나갔으며, 주변의 다른 엄마아빠들은 내게 다가와 어쩌면 그렇게 아이들을 잘 키우느냐며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저녁 여덟 시쯤 됐을까. 푹 자고 일어나 정신이 반짝 든 아이들이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아빠, 아침 주세요!”


“뭐라고? 한 시간쯤밖에 못 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캄캄하잖아!”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겨울이라서 그래요, 아빠”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다. 정말이지 우라지게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_긍정적인_측면이_있다면_세_끼_중_가장_중요하다는_아침을_꼬박꼬박_챙겨먹고_있다는_것.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블로거.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로 인기몰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뉴욕타임스 종합 1위 기록. 40개 언어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2016년 영화로도 제작.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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