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배크만 씨네] 가족여행지의 '잉여인간'

조회수 2017. 6. 25. 2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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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배크만 가족의 좌충우돌 일기 (4)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북유럽 소설 바람을 몰고온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블로그 일기 네 번째 일화입니다.


배크만은 작가이기 전에 유명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오베라는 남자>도 사실은 그의 블로그에 대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에서 시작됐지요.


그 뒤 그의 블로그에서 이어지는 명랑쾌활 북유럽 가족의 일상 속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북구 특유의 생활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친구 같은 부부와 두 자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옥신각신 티격태격 오손도손 살아가는 유쾌한 일상을 삽화와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나와는 너무 다른 우리 가족'입니다.


번역: 이은선

일러스트: 최진영

배크만 씨네
*프레드릭 배크만 (36세)
요즘은 아이들까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깟 과자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이래 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아내 (37세)
결혼이 아이 셋 키우는 일이 될 줄이야. 이 집에선 출근도 내 몫이다. 철없는 남편 뒷수습까지. 이만하면 내가 원더우먼 아닐까.

*아들 (7세)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된다. 머리 속에는 레고 배트맨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딸 (4세)
무시하지마.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지 알지?

휴가 여행지. 우리가 묵게 된 호텔 객실. 체크인하고 삼십 분 뒤.


아내: 뭐 찾아?

나: 수영복.

아내: 침실 옷장 왼쪽에서 두 번째 아래 칸 선반에 있어.

나: 애들 슬리퍼는?

아내: 통로에 있는 작은 옷장 속 구두걸이에.

나: ‘작은’ 옷장?

아내: 응. 우리끼리 ‘큰 옷장’이라고 부르는 큰 옷장이 있고, ‘파란 옷장’이라고 부르는 파란 옷장이 있고, ‘작은 옷장’이라고 부르는 작은 옷장이 있잖아.


(정적이 흐른다.)


나: ‘우리’가 누구야?

아내: 당신이랑 나랑 아이들.

나: 여기 온 지 삼십 분밖에 안 됐는데 옷장 별명까지 만들어서 부르는 건…… 잠깐. 우리가 맨 처음 들어왔을 때도 이 꽃들이 있었나?

아내: 아니.

나: 그럼 어디서 난 거야?

아내: 샀어.

나: 언제?


아내: (어깨를 으쓱하며) 그게 뭐가 중요해? 그나저나 옆방 사람들이랑 얘기 나눠 봤어?

나: 옆방 사람들? 아니, 호텔에서 무슨…… 나는 집에 있을 때도 옆집 사람들이랑 아무 말도 안 섞고 지내는구만.

아내: 진짜 싹싹하더라!

나: 사람들이 당신더러 뭐든 적응 잘하고 어디 있어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다고 얘기하는 거 알지?


아내: 그런데?

나: 좀 도를 지나쳐 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내: 어휴, 당신이 변화에 예민한 거야. 우리가 이제 금방 여기 도착한 것도 아니잖아.

나: 30분 전에 도착했잖아.

아내: 그러니까.

나: 그러니까!

아내: 당신 속도로 지내다가는 집에 돌아갈 때쯤 돼서야 여행지에 익숙해지겠네!

나: 원래 그런 거잖아!

아내: 알았어, 그럼 당신은 그렇게 지내. 좀 있다 가서 애들 좀 데려와줄래?

나: 애들 데려와달라고? 어디 있는데?

아내: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있어.

나: 친구들이랑…… 도대체 친구는 어느 틈에 사귀었데?

아내: (손가락을 퉁기며) 여보세요? 어디다 정신 팔고 계세요?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호텔에 식당이 세 개 있긴 한데, 오는 길에 보니까 괜찮은 식당이 한 군데 있더라. 그리고 다들 얘기하는 시내 식당도 있고.


나: ‘다들’이라니 누구?

아내: 호텔에 있는 사람들 다.

나: 당신 지금까지 몇 명이랑 이야기를 나눈 거야?

아내: (어깨를 으쓱하며) 당신은 지금까지 몇 명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 0명!

아내: 여행 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니까.


나: 내가 무슨 아무 짝에도 쓸모가…… 망할, 내 손목시계 어디 있는지 봤어?

아내: (빤하지 않으냐는 듯) 왜 그래, 진짜. 침실 서랍장 맨 아래 서랍에 있잖아.

나: 왜 그렇게 빤하지 않으냐는 투로 얘기해?

아내: 왜 그래, 진짜. 만날 맨 아래 서랍에 두잖아.

나: 어떻게 ‘만날’ 거기 둔다고 말할 수가 있어? 우리, 여기 온 지 삼십 분밖에 안 됐는데. 삼-십-분밖에 안 됐다고!


(상당히 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다)


아내: 스웨덴 커피랑 《아프톤블라데트》 신문 갖다 줄 테니 잠깐 혼자 쉴래? 

나: 응, 고마워.


#에어컨_켜고_스웨덴_기상방송_나오는_라디오_채널_있는지도_찾아줄래._나는_아직_마음의_준비가_안_됐거든.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블로거.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로 인기몰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뉴욕타임스 종합 1위 기록. 40개 언어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2016년 영화로도 제작.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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