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배크만 씨네] 실용적인 아재 패션을 몰라보다니

조회수 2017. 6. 24. 12: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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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배크만 가족의 좌충우돌 일기 (3)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북유럽 소설 바람을 몰고온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블로그 일기 세 번째 일화입니다.


배크만은 작가이기 전에 유명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오베라는 남자>도 사실은 그의 블로그에 대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에서 시작됐지요.


그 뒤 그의 블로그에서 이어지는 명랑쾌활 북유럽 가족의 일상 속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북구 특유의 생활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친구 같은 부부와 두 자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옥신각신 티격태격 오손도손 살아가는 유쾌한 일상을 삽화와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샌들이여, 영원하라'입니다.


번역: 이은선

일러스트: 최진영

배크만 씨네
*프레드릭 배크만 (36세)
요즘은 아이들까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그깟 과자 좀 집어먹었기로서니. 이래 봬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말이지..

*아내 (37세)
결혼이 아이 셋 키우는 일이 될 줄이야. 이 집에선 출근도 내 몫이다. 철없는 남편 뒷수습까지. 이만하면 내가 원더우먼 아닐까.

*아들 (7세)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라고 물으면 솔직히 고민된다. 머리 속에는 레고 배트맨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딸 (4세)
무시하지마.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리면 다들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아내와 함께 로마의 한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수석 웨이터가 내 발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잔뜩 심란해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신고 나온 신발 때문이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마음 같아서는 그의 폐부를 찌르는 한마디를 날리고 싶었다. “이봐, 이래 봬도 《글래디에이터》 영화를 열 번도 넘게 본 사람이라구, 왜 이래? 샌들을 발명한 민족이 당신들이잖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을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이탈리아어로 바꾸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결국 아내를 가리키며 이렇게 응수하는 걸로 만족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하지만 이 사람 신발에서는 맥주 냄새가 나니까 이 사람도 못 들어오게 해요.”


#《글래디에이터》에서는_샌들_안에_양말을_신지_않지만_저녁이_되면_내_발바닥의_오목한_부분이_가끔_썰렁하게_느껴질_때가_있다.


앞에 올린 글에다 휴가 여행지에서 샌들 안에 양말을 신었다는 태그를 달았더니 링크된 SNS마다 비난과 노골적인 공격이 1대 2의 비율로 쏟아지고 있다. ‘노인’이 아닌 이상 ‘샌들 안에 양말을 신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간단히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후딱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샌들 안에 양말을 신은 게 아니다. 양말 위에 샌들을 신은 쪽에 가깝다.


로마는 바깥 기온은 28도 정도지만 박물관 안은 15도, 막 이렇다. 걸으면 덥고 가만히 서 있으면 춥다. 내 발은 체온이 금세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러니 대비가 필요할밖에... 조물주 말고 나를 심판할 자 누구란 말인가.


아내는 ‘양말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사람이 문제’라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미적 감각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간주하겠다. 내 샌들 속 양말은 '뉴 그런지 룩'(낡은 느낌의 옷을 아무렇게나 입는 90년대 유행 패션)이다.


아내는 바티칸 투어 때는 나보다 한참 앞에서 가이드와 같이 걸어가면서 자신은 앞쪽 미국인 가족과 동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뭐, 얼마든지 다른 이유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가령 내가 바닥에 모자이크가 그려진 입구에서 ‘금 밟지 않기’ 놀이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날 아침에 내가 우리 호텔 앞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가서 택시를 잡는다고 손을 흔들었는데 알고 보니 경찰차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가만... 이제 생각해보니 아내가 무슨 뜻에서 ‘문제’ 운운했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_자기도_헬스클럽_갈_때_레깅스_위에_반바지를_입고는_패션입네_하면서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블로거.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로 인기몰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뉴욕타임스 종합 1위 기록. 40개 언어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2016년 영화로도 제작. 이후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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