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지하철 독서를 즐깁니다

조회수 2017. 8. 27. 22: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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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은아 "정신근력 키우려 글쓰기 습관 들였지요"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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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음식문헌연구가 고영->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이승한 변호사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피아니스트 조은아 편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은아 님을 추천합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음악과 권력'을 강의하고 계시고, 여러 매체에 좋은 글도 많이 기고하시는 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예술감독이기도 합니다.

저와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어 오프라인에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소 글을 보면 인문학적 소양도 남다르신데, 이분의 책 읽기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승한 변호사의 추천의 말

피아니스트이면서 신문에 칼럼도 쓰고 있는 조은아 씨와는 전화로 통화한 후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답변 시점이 광복절 이전이어서 내용 중에 시차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싣습니다.

-추천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이승한 변호사님과는 SNS를 통해 친구가 된 사이입니다. 이 변호사님은 법조계에 계신데도 독서나 사진, 음악 같은 예술에도 안목이 폭넓고 깊어서 늘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근황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주로 연주와 강연, 글쓰기로 일상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음악 관련 교과를 강의하고 있고요, 2주 전엔 서울시향이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음악과 건축의 동행’을 주제로 기획/진행을 맡았습니다.

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인데 다가올 광복절 공연을 연습 중입니다.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도 기고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나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음악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집중의 깊이’일 텐데, 저는 좀 얄팍하게 산만한 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의 꿈’이란 글을 학급 문집에 남겼는데, 거기에 1순위가 미생물학자, 2순위는 정신과 의사, 그리고 3순위에서야 피아니스트가 등장합니다.

-글쓰기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요?

독일과 프랑스에서 보낸 10년의 유학 생활이 내면의 독백을 풍성하게 진화시켜준 듯합니다. 그 기간 동안 정신 근력을 키우기 위해 세 가지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그 세 가지가 피아노 연습과 산책, 글쓰기였어요.

일상적으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쓰면서 지내야 하다 보니, 모국어로 회귀하고 싶은 이끌림 혹은 결핍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늘상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상념을 수집하곤 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삶과 독서는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떤 도움이 되는지요?

음표와 문자는 각기 다른 인식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종종 해설이 들어가는 ‘렉처 리사이틀’을 진행하는데, 연주할 때 쓰이는 뇌와 해설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은 마치 스위치로 온-오프가 되는 것처럼 전혀 다르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렇다고는 해도 음색에 대한 상상의 영역을 언어로 확장하거나, 음악을 말로 표현해 가며 스토리텔링을 전개할 땐 독서로부터 큰 도움을 받습니다.

-책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나요?

부끄럽지만 대부분은 생존을 위한 독서에 불과합니다. 강연과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읽어야할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때그때 필요와 목적에 따라 파고드는 식입니다.

이를테면 어제까지만 해도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프로그램’에 실릴 글을 작성하느라 베토벤 관련 서적 6권을 파헤쳤습니다.

책은 늘상 읽는 편인데, 특이하게도 카페나 지하철같이 ‘중인환시리’의 환경을 선호합니다.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 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바라봄. 구경거리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모여들어 둘러싸고 보는 모습.

-책을 골라 보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까?

얼마 전 한 예능 프로에서 소설가 김영하님이 독서 방식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독서는 읽을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한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요. 저 역시 관심 있는 책은 우선 구입부터 해놓고, 흥미와 의욕을 숙성해가면서 천천히 읽는 편입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에 독서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음악 관련 서적에 편중된 편입니다. 산만한 성정 탓이겠지만 한 권을 시작하면 끝까지 읽는 완결성이 부족한 편이에요. 여러 권을 동시에 시작해서 읽어갈 때가 많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신영복 선생님과 도정일 교수님의 책은 공들여 챙겨 읽었습니다. 우리 시대 현인으로 존경하는 저자이기도 하고, 두 분을 가까이서 직접 만나 뵙고 육성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한다면?

앨런 러스브리저의 <다시 피아노>를 흥미롭게 읽는 중입니다. 가디언의 편집장이자 음악애호가인 저자가 쇼팽 발라드 1번을 연주하기 위해 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정진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에요.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 인생의 오후에 접어든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직업과는 무관한 예술 활동을 통해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도모하면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되찾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엉뚱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면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요가와 각종 마사지에 관한 책들이 책꽂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네요. 악기 연주도 어디까지나 신체를 다루는 활동이어서 몸의 올바른 쓰임과 기의 순환에 오래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도 혹은 음악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면?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했던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히터의 인터뷰를 브뤼노 몽생종이 재구성한 책입니다. 같은 책을 두고 프랑스에선 '불복종자(L’insoumis)'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에서는 '수수께끼(Enigma)'란 제목으로 출간된 것이 특이합니다.

음악과 무관한 활동을 일절 배격하고 자신에 관해서는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리흐테르는 ‘수수께끼에 휩싸인 불복종자’였던 것이지요. 연습에 대한 투철한 자기규율과 날마다 기록했던 음악일기를 접할 때마다 음악가의 직업윤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추천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정치학자 김윤철 교수님을 추천합니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 한국정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계신데, 그 통찰력도 결국 독서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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