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를 크리에이팅하라!

조회수 2017. 4. 5. 13:5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공항에서나 보던 여행 캐리어가 개그연습실에 등장했다. 캐리어 속에선 삼각대, 스튜디오용 조명, 마이크가 나왔다. 여행과는 거리가 먼 물품들이다.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운영하는 임라라·손민수 커플은 촬영 준비에 분주했다. 두 사람의 본업은 개그맨이다. 임라라 씨는 SBS 공채 개그맨으로 ‘웃찾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손민수 씨 역시 TVN ‘코미디빅리그’ 개그맨이다. 대형 방송국 카메라 앞에만 서던 두 사람이 이제 휴대용 카메라 앞에도 선다. 직접 콘텐츠 기획, 연출, 촬영, 편집까지 한다. 크리에이터 영역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의 임라라(왼쪽), 김민수 씨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무대 연출, 촬영, 제작, 편집, 업로드까지 모두 직접 한다.
“공개 코미디의 유행이 다시 돌아올 거란 확신은 있죠. 하지만 생각나는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은데 그냥 두기가 아까워요. 크리에이터는 그냥 쉽게 ‘이거 어때?’ ‘해봐’ ‘찍자’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제2의 무대로 유튜브를 선택했다. 하지만 시작이 쉽진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독학이었다. 카메라, 조명은 어떤 것을 써야 좋은지에서부터 썸네일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까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두 사람도 출발이 쉽진 않았다. “주변에 알려줄 사람도 없고, 무작정 교보문고에 찾아가서 유튜브 책만 쌓아놓고 며칠을 봤어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텍스트로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랑 다를 바 없다. 두 사람도 다른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전화도 해봤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걸 얻진 못 했다. ‘아마 찾아보시면 정보가 있을 거예요’ 식의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영상미디어 교육에도 참석했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모여 휴대폰 동영상 촬영부터 배우는 수준이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이 청년은 첫번째 동영상을 찍고 안경이 화면에 비추자 안경을 벗었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자신의 콘텐츠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갔고, 지금은 구독자 440만명이 넘는 세계적인 유튜버가 됐다. (사진=마르케스 브라운리 유튜브 채널)

2005년 2월 ‘스스로를 방송하라(Broadcast Yourself)’라는 슬로건으로 유튜브가 설립된 후 12년이 지났다. 크리에이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엔조이커플 사례뿐이 아니다. 요즘 흔히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라는 말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1인 방송 이용률은 26.7%에 이른다. 미디어 이용률에서 모바일 기반 인터넷이 91.7%에 이르는 것을 생각해보면, 청소년이 유튜브, 아프리카TV에서 얼마나 많은 동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많이 볼수록, 많이들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촬영만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라고 말할 만한 결과물을 제작해내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능력을 배양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동영상 콘텐츠 분야의 미래를 위해서도 튼튼한 크리에이터 육성이 중요하다. 사업 분야 발전을 위해 크리에이터도 ‘크리에이팅’ 해야 한다. 창작에 관한 부분뿐만 아니라 콘텐츠 다양화, 수익화, 네트워킹까지 다각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사진=flickr.CC BY.Jurgen Appeolo)

크리에이터 붐을 주도하고 있는 유튜브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몇 가지 지원을 제공한다. 유튜브 제작자 아카데미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는 법에서부터 채널 분야별 브랜딩 전략, 수익 창출 등 여러가지 제작 지원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한다. 개별 목표에 맞는 단계적 전략을 전문가들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치고 상당히 꼼꼼하고 체계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튜브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유튜브 제작자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강의. 과정별로 다양한 전문가 강의를 제공한다.

수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위크’가 그 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 역량 향상 및 성장을 위한 교육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22일부터 4일간 유튜브 위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마지막 날 열린 크리에이터데이 워크숍에서는 인기 유튜버가 앰배서더로 직접 참여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유튜브에 관한 실질적인 팁과 새로운 정보 등의 다양한 교육 세션과, 네트워킹 자리를 만들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유튜브위크 크리에이터데이 워크숍 현장 배너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유튜브위크 크리에이터데이 현장. 유튜버 밤비걸이 앰배서더로 나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아시안 보스‘ 채널을 운영 중인 스티브 박, 유튜버 밤비걸운학TV의 운학이 앰배서더로 나섰다. 교육생으로는 구독자 5만명 이하의 소규모 채널 운영자들이 참가했다.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유튜브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래도 작게나마 채널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그 시기를 모두 겪어본 앰배서더들은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채널 인트로’, ‘꼭 기억해야 할 브랜딩 원칙’과 같은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는 곳에 교육 사업이 빠질 리 없다. 유료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크리에이터 교육 업체도 생겨났다. 필요에 따라 업체와 과정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교육 및 육성 전문 기업 ‘크리메이커‘는 4주간 총 6회에 44만 원으로 주말 크리에이터 스쿨을 진행했다. 얼리버드 등록 시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소 비싼 편이다. 업계의 수강료 평균치도 이 정도 수준이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크리메이커의 크리에이터 스쿨 강의 현장. 인기 유튜버 하줜의 강의가 진행 중이다.

크리메이커의 크리에이터 스쿨에 참여한 최연소 참가자 마진혁(15)군은 수업 오리엔테이션에 부모님과 같이 참가한 후 수강을 결정했다. 학생이 듣기엔 가격대가 비쌌기 때문이다. 마진혁군은 “비싸긴 해도 부모님이 설명을 들어보시고 프로그램이 괜찮다고 생각해 수강료를 결제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영민 크리메이커 대표는 “수강료의 대부분이 강사료에 쓰이고 있다”라며 “무료 강의들도 진행해봤지만 실질적으로 효과있는 교육을 위해선 소규모를 대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며 수강료 측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밖에도 다이아TV샌드박스네트워크 등 대형 MCN 업체에서는 크리에이터와의 전속계약을 통해 꾸준한 교육 및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신인 크리에이터 선발 오디션 공모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스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사진=flickr.CC BY.Bill Rice)

크리에이터 산업이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꾸준하고 질 높은 콘텐츠 창작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메이커 스튜디오는 한국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디지털 미디어 및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종합 사업자로 성장했다. 플랫폼과 창작자의 동반 성장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크리에이터 산업이 지향해야 하는 바다. 전통적인 수직 관계나 과대한 사교육 형성은 폐해만 남길 것이다. ‘크리에이터’를 ‘크리에이팅’하는 방법은 ‘크리에이티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