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퇴직자, "이러다 한 명 죽겠다 싶었다"

조회수 2017. 8. 11.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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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은 현실이 됐다. 2016년, 넷마블 노동자 3명이 죽었다
▲넷마블네오 퇴직자 A씨가 8월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넷마블 과로·공짜야근 증언대회’의 증언자로 나섰다.

이러다 한 명 죽겠다 싶었다

“일상이 된 야근, 이러다 한 명 죽겠다 싶었다.” 8월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넷마블 과로·공짜야근 증언대회’에 증언자로 나선 A씨가 말했다. A씨는 넷마블네오(개발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하다가 2015년 10월 퇴사했다. 잦은 야근과 크런치모드, 언급조차 없는 보상이 이유였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회사에서 모든 팀원이 강제로 초과근무를 하는 노동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크런치모드를 두 번 경험했다. 넷마블네오 재직 기간 중 4-5달을 크런치모드로 지냈다.

“2014년 10월12일 팀장이 팀 전체 메일로 크런치모드를 공지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일은 모든 팀원이 10시까지 남아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게임 출시 직전에는 별도의 공지 없이 자연스럽게 크런치모드에 들어갔다. A씨는 팀원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모두 책임감 때문에 야근과 주말 출근을 소화했다고 했다. A씨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고, 그에게 남은 것은 회의감과 지친 몸과 마음, 500-60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 체불임금이었다. A씨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라고 말했다. 그가 겪었던 살인적인 근로문화는 넷마블에서 흔한 서사였다.


‘이러다 한 명 죽겠다 싶었다’라는 A씨의 예감은 불행히도 현실이 됐다. 그가 퇴직하고 1년 정도 지나 넷마블네오 직원이 과로사한 것이다. A씨는 “이야기를 듣고 ‘터질 게 터졌다’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넷마블 계열사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더 죽었다.

사람이길 포기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박준도 무료노동신고센터 사무국장이 자리를 함께해 넷마블 체불임금 상담사례를 발표했다.

▲박준도 무료노동신고센터 사무국장.

박준도 사무국장은 “상담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더라”라며 “2013년에서 2015년 사이가 악몽이었다는 증언이다”라고 입을 뗐다. 박준도 사무국장이 전한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들의 2013-2015년 3년의 기억은 다음과 같다.

“2014년에서 2015년까지, 개같이 일했다. 사람이길 포기했다.”

“넷마블 개발사들의 2012년~2015년 근로기록을 조사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집중적으로 과로했다.”

이 시기 특히 강요된 야근, 받지 못한 야근수당,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누린 것은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201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넥슨에 이은 두 번째 가입이었다.


넷마블의 야근 문화는 게임 업계에서도 악명높다. 박준도 사무국장과 상담한 한 넷마블 노동자는 “넷마블을 퇴사한 사람은 (다른 회사)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넷마블 다니셨어요? 야근은 문제없겠네요?’ 우린 소모품인데 넷마블에서 버텼다면 내구성을 인정받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 근로감독을 촉구한다”

이날 증언대회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무료노동신고센터는 “지난 3년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라”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넷마블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수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대상이 된 기간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년간.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초장시간노동-공짜야근은 이번 수시감독 대상이었던 지난 1년간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3년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라”라고 촉구했다.

박준도 사무국장은 “넷마블은 단순한 임금체불로 문제가 된 사업장이 아니다. 과로사, 돌연사 여부로 문제가 생긴 기업”이라면서 “노동자들은 2014년을 전후로 가장 악몽같았다고 이야기하고, 2016년에 사람들이 죽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3년 동안 누적된 것에 의한 죽음이라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넷마블은 고용노동부가 넷마블 노동자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했고 미지급된 연장 근로수당이 44억원이라고 밝히자 직원들에게 이 금액을 지급했다. 또 지난 8월4일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근로감독 이전 2개년에 대해 퇴사자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지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월3일 근로복지공단이 넷마블네오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받아들인 다음날 일이다.

이정미 의원과 무료노동신고센터는 “넷마블은 체불임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어디까지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라며 특별 근로감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과로사 재발 방지, 3년치 체불임금 전액 지급을 위한 3자 논의 기구’를 제안했다. 체불임금 진정인 대표인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을 포함해 노동자 당사자 대표, 넷마블 그룹사 대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참여한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과 무료노동신고센터는 “회사 폐업으로 인한 이직 및 전환배치된 인원에 대한 체불임금은 어떻게 되는지, 체불임금액 산정 기준은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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