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뷰 본문

비탈릭을 불러온 그 청년, 백종찬이 보는 ‘블록체인’

[한수연의 블록체인, 이 사람] ④ 백종찬 피넥터 대표 겸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
프로필 사진
블로터 작성일자2018.05.28. | 781 읽음
댓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묘(妙)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록체인은 사람들의 참여를 엔진 삼아 작동합니다. 인간 개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술 발달사에서 튀는 녀석이죠. 자동화 기술이 인간을 생산 프로세스 밖으로 밀어내고 인공지능(AI)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 영역을 넓혀갈 때, 블록체인은 사람을 끌어안습니다. [한수연의 블록체인, 이 사람] 시리즈는 블록체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바로 그 요소, ‘사람’에 집중합니다. 블록체인 씬(scene)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기록하겠습니다.

20대 대표. 세계적 규모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분산경제포럼 2018’ 공동주최자. 인터뷰 전 파편적으로 습득한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띈 대목들이다. 이 몇 개 키워드를 가지고 멋대로 ‘야심가 스타일’이나 ‘이상적인 비전’ 등 이미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섣불리 넘겨짚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백종찬 피넥터 대표 겸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는 유독 ‘재미’라는 단어를 많이 이야기했다.

5월15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백종찬 피넥터 대표 겸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를 만났다.

백종찬(Jeff Paik)
블록체인 리서치 및 컨설팅 회사인 피넥터 대표인 동시에 분산경제포럼 오거나이저. 블록체인 투자 캐피탈인 팬부시 캐피탈에서 1년 반 정도 어드바이저로 일했다. 당시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과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2015년 한승환 업그라운드 대표와 함께 피넥터를 창업했고, 한 대표와 함께 지난 4월 세계적 규모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분산경제포럼을 주최했다. 나이는 주니어, 업계 경력은 시니어인 셈이다.

간호학도, 블록체인에 빠지다

백종찬 대표가 처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3년 일이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전공은 간호학. 하지만 간호사를 꿈꾼 적은 없다고 한다. 그는 관심사는 경제·경영이고 교실 밖에서 흥미를 찾는 학생이었다.

블록체인과 맺은 인연의 시작은 취미였다. 백종찬 대표는 “블록체인이 내 앞에 있었던 일 중 유일하게 흥미로웠다”라며 “그냥 재미있어서 취미로 관심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나는 (블록체인의) 비전과 사상, 이런 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냥 재미있었다. 그리고 당시엔 기술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지금처럼 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사업으로 해보겠다는 생각 역시 안 했다. 당시엔 사업이 될 것 같지 않기도 했다.

취미 생활은 이내 업이 됐고 또 생활 자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하다. 백종찬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어떤 일,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내가 어디에서 무엇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 스스로 재밌는 걸 하면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프라이빗 찍고 퍼블릭으로

이쯤 되면 백종찬 대표가 이야기하는 예의 재미를 좇아보고 싶어진다. 그가 처음 재미를 느낀 쪽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진영이다.

블록체인에 있어 백 대표가 주목하는 지점은 현실에 발 디딘 사용자를 위한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이다. 백 대표는 이 기준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졌었다고 회상했다.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의 세계관 둘 다 납득됐지만, 흥미도 차이는 있었다. 초기 내 시각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 측면에서 직관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프라이빗 블록체인 쪽에서는 업무 단까지 들어가, 무엇이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까지 체계적으로 제시되는 영역이었다.

초기 프라이빗 블록체인 진영에서 느꼈던 매력은 그를 기관 투자를 하는 팬부시 캐피탈과 금융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퍼블릭 블록체인 쪽으로 (흥미도가) 많이 갔다”라고 말했다. “기존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일하는 게 재미없다”는 것이다. 백종찬 대표는 “재미있어 프라이빗 쪽으로 갔는데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규제 문제로 막히기 시작하니 진전이 더딘 게 보였다”라며 “그런데 퍼블릭 블록체인 진영은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아이디어나 패러다임에 있어 매우 큰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혁신에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분산경제포럼2018 사회를 보고 있는 백종찬 대표의 모습 (사진=분산경제포럼 제공)

블록체인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백서 하나로 암호화폐발행(ICO)을 해 수백억대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역사상 상품 없이 이렇게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백 대표는 “이 점은 블록체인의 장점이자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사용자 가치라는 본질을 보기 어렵게 하는 지점들이 발생한다. 돈은 몰리고 사용성을 판단할 제품과 서비스는 없는데 말 잔치는 무성하다.

단순히 블록체인 관련 용어를 많이 알고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마치 남보다 (어떤 개념이나 기술을) 더 많이 알고 이해하면 더욱 전문가라는 이상한 지적 허영이 있다. 좋게 보면 지적인 호기심이지만, 이것과 본질적인 가치 제공 사이의 연결고리는 매우 약하다.

백종찬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의 키워드나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이 보인다. 그런데 이것들이 엄청난 고민과 토론을 통해 나오는 것이 아닌, 누군가 던진 용어인 경우도 많다”라며 “최근 업계에서 새로운 용어를 마구 만들어내고 여기에 몰려들어 설명하려 드는 걸 느낀다. 철학적 가치나 기술적 이유에 대한 지적 허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볼 땐 ‘토큰경제’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에 진출하려는 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가) 블록체인에 처음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지적 허영에 휩싸이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업계 떠도는 명백한 ‘거짓말’

Q.

지적 허영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그런 용어들이 아니라 이게 더 중요해!'라고 제시하고 싶은 게 있나?

A.

일단 굉장히 아쉬운 게 있다. 논리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모든 면에서 아예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시도들이다. 이를 솎아낼 수 있는 인지가 산업단에서 이뤄져야 한다.

백종찬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에 명백한 ‘거짓말’을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 거짓말이란 중앙은행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화폐로 구동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시도들이다. 그는 “우리는 법정화폐 세상에 살고 있다. 법정화폐로 돌아가는 스마트 계약은 무조건 중앙은행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라며 “이게 안 되는 상태에서 (이 시스템을 하겠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현실적인 시스템 구현과 동떨어진 청사진을 말하며 ICO로 자금을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는 비판이다.

백종찬 대표는 “보험금 자동 지급 시스템이나 증권거래 시스템 등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 직접 참여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이 이렇다는 것에 대해 투자자로서, 사용자로서 사회적인 인지가 필요하다”라며 “이 기본적인 인지가 돼야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태그

#피식

    많이 본 TOP3

      당신을 위한 1boo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