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코어 개발자가 말하는 '비트코인'
카우보이 모자, 거침없는 화법. 비트코인코어(BTC) 개발자 지미 송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지미 송은 <코인데스크> 기사에서 “비트코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개발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될 정도로 유능한 개발자다. 동시에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와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마친 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와닿았다. 요컨대 지미 송은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코어가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녔다는 지미 송의 확신은 확고했다. 그에게 비트코인캐시(BCH)나 이더리움은 그저 탈중앙화를 연기하는, 그렇기에 블록체인으로서의 가치는 없는 프로젝트일 뿐이다.
연세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1994년 이후 2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지미 송을 만나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경험과 견해를 들었다.
‘희소성’에 매료돼 비트코인에 입문
한국에서 태어난 지미 송은 8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개발자로 성장한 그가 비트코인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다. 처음부터 기술 관점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투자자였다.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어 희소성을 갖는 비트코인 설계에 매료돼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곤두박질치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고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3년 일이다. 그는 2013년 10월 컬러드코인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같은 시기, 당시 19세이던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도 컬러드코인 팀에 있었다. 지미 송은 “비탈릭은 많은 논란을 만들었다.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그는 지쳐서 떠났다”라고 비탈릭을 회상했다.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을 만들기 위해 비트코인 진영을 떠났던 비슷한 시기, 지미 송은 본업을 그만두고 블록체인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컬러드코인 이외에도 팍소스, BTCD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했다. 또 지금까지 그의 기여로 비트코인코어 코드베이스가 14차례 개선됐다고 한다.
진짜 탈중앙화, 그리고 자유
지미 송은 창시자가 사라져버린 비트코인코어야말로 진정한 탈중앙화 블록체인이자, 유일한 사례라는 입장이다.
지미 송에게 ‘이더리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의 반응은 ‘가당치도 않다’였다. “이더리움은 매우 중앙화돼 있다”는 것이다. 지미 송은 “누군가 비탈릭의 가족을 납치하고 협박해 이더리움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더구나 이더(ETH)는 무한히 찍어낼 수 있다. 희소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2017년 하드포크로 생긴 비트코인의 또 다른 버전, 비트코인캐시도 비판했다. 지미 송은 “비트코인캐시 역시 중앙화된 개발 팀이 존재한다”라며 “중앙화된 시스템이 있다면 블록체인을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미 송이 ‘탈중앙화’를 강조하는 것은 중앙화 시스템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인 그에게 정부를 비롯해 중앙화된 조직은 “가치를 조작하고 개인의 자산을 몰수하거나 규제할 수 있으며, 세금을 걷는 존재”다. 그가 정부 등 중앙 조직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비트코인코어를 열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또 ‘비트코인코어가 법정통화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느냐’라는 물음에 “가능할 수 있다. 비트코인코어의 가장 큰 가치는 ‘가치의 저장’ 기능을 한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가치 저장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라고 답했다.
물론 지미 송이 비트코인코어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그는 비트코인코어가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개발자 부족’을 꼽으며 “개발자가 부족하면 결국 프로젝트는 하향세를 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