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프로젝트 수행법, '스프린트'

조회수 2017. 5. 23. 11: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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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이크 냅 '스프린트' 저자
나는 스톡홀름으로 날아가 세르주 라샤펠과 미카엘 드러게라는 구글러를 만났다. 우리 세 사람은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그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며칠밖에 없었으므로 우리는 최대한 속도를 내어 작업했다. 내가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우리는 쓸만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고, 이것을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보내 회의에서 사용해보라고 했다. 몇 달이 지나가 회사 전체가 그 프로토타입을 쓰고 있었다.

(중략) 

나는 이러한 팀 워크숍에 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 마법 같은 요소들-개인적으로 작업에 집중하기, 프로토타입 제작, 피할 수 없는 마감 시간-을 팀 워크숍에 추가하면 어떨까? 나는 이 워크숍을 ‘스프린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프로토타입이 개선된 버전이 지금의 구글 ‘행아웃’이다.

행아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의 문제’

회사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혼자서 처리할 수 있으면 ‘문제’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통 여러 사람의 머리를 맞대는 과정을 일정에 추가한다. 회의다. N명이 모인다고 해서 그 결과물도 N배가 되지는 않는다. 직장에서 상호간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고, 아이디어에도 위계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회의는 개인의 업무시간을 줄여서 전체적인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긴 위한 회의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스프린트’의 저자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는 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에 집중했다. 개인의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단 5일 만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스프린트’라는 기획 실행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스프린트는 지메일부터 구글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글의 핵심 프로그램에서 진행됐으며 우버, 슬랙, 블루보틀 커피 등 스타트업에서도 활용됐다. 지난 5월15일 김영사 사옥에서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를 직접 만났다.

GV’s Sprint Process in 90 Seconds 영상 갈무리
GV’s Sprint Process in 90 Seconds 영상 갈무리

그러니까, 스프린트가 뭔데?

스프린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빠르게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몇 주,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문제를 5일이라는 압축된 기간 내에 수행한다. 6-7명 정도가 체크리스트를 쭉 따라가면서 문제 인식부터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실제로 해 본다.


월요일에는 지도를 그리고 타깃이 될 가장 중요한 고객과 순간을 결정한다. 마주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간이다. 화요일에는 구성원이 각자 해결책을 만들어본다. 종이에 간단한 스케치와 설명을 곁들여서 각자의 관점에서 적절할 것 같은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수요일에는 해결책끼리 경쟁을 붙여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른다. 목요일에는 실제에 가까운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는 데 전념하고, 금요일에는 잠재고객이 될 사람 5명을 불러서 프로토타입에 대한 반응을 보고 의견을 듣는다.

GV’s Sprint Process in 90 Seconds 영상 갈무리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스케치’

예전에는 그룹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했습니다. 방에 사람들을 모아두고 큰 소리로 말하고 설득하면서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까 실제로는 효과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룹 브레인스토밍을 한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쌓이는 건 포스트잇뿐이었습니다.

스프린트는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세상으로 꺼내는 데 주목한다. 제이크 냅은 스프린트에서 ‘각자가 스케치를 그려서 해결책을 만들어 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꼽았다. 그림을 그리는 게 사람에 따라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스프린트에서 필요한 건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설명이 잘 된 그림이다. 자기 생각을 잘 꺼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단계도 세부적으로 쪼개져 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초기에 만날 수 있게

더 좋은 아이디어를 초기에 만날 수 있게

사실 디자인 단계에서는 제가 거의 다 일을 합니다. 간헐적으로 프로덕트 매니저랑 이야기를 하는 정도입니다. 제가 디자인을 해두면 엔지니어는 디자인을 따라 그대로 만들고, 마케터는 만들어진 제품에 맞춰 마케팅을 합니다. 그럼 저는 ‘망치면 어쩌지?’ 싶은 부담이 무척 크거든요.

몇 달을 디자인해서 제품을 만든다. 디자인을 거의 다 해가는데 나중에 같은 팀의 엔지니어가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아?’라고 의견을 던진다. 실제로 그 아이디어가 좋았다. 이때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을 방어하고 변호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틀렸다고 말한다. 둘째, 몇 달간 진행한 결과물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이거나 저거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


스프린트에서 다양한 팀원을 솔루션 디자인 초기 단계에 참여시키는 이유가 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모두의 솔루션을 똑같이 종이에 적어서 벽에 붙여두고 영역별로 낼 수 있는 솔루션을 비교할 수 있다.

GV’s Sprint Process in 90 Seconds 영상 갈무리

인간은 컴퓨터보다 펜과 종이에 친숙하다

스프린트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아날로그다. 디지털 기기는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아이디어를 꺼내는 과정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필요 없는 경우에는 아예 치워버리도록 한다. 문제를 파악하는 지도를 그리고, 솔루션을 스케치하고, 경쟁하고 결정하는 모든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도구는 펜과 종이, 포스트잇과 화이트 보드다.


스프린트 준비 키포인트


-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을 모두 치우기 : 랩톱도, 전화도, 아이패드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기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회의실을 나가거나 휴식 시간까지 기다린다.
- 시간 관리 : 일정이 엄격하면 스프린트 과정에 신뢰가 생긴다. 타임 타이머를 사용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긴급성을 느끼게 된다.
- 점심은 늦게 먹기 : 오전 11시30분에 간식 시간을 갖고 점심은 1시쯤에 먹는다. 이리하면 에너지는 유지하면서 식당이 붐비는 시간은 피할 수 있다.
스프린트에 필요한 물품

여러 개의 화이트 보드, 3×5인치의 노란색 포스트잇, 검은색 화이트보드 마커, 초록색과 빨간색 화이트보드 마커, 검은색 펠트 펜, 인쇄용지, 마스킹 테이프, 작은 점 스티커, 큰 점 스티커, 타임타이머, 건강에 좋은 간식.

사람이 종이를 더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것 말고도 이유는 또 있다. 아이디어를 평등하게 경쟁시키기 위해서다. 제이크 냅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모든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를 꺼내는 게 힘들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긴 시간 동안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십년 동안 너무나 많이 바뀐 거죠. 손으로 하지 않고 컴퓨터가 하는 데에 아직은 인간의 뇌가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화이트보드나 종이로 했을 때 뇌가 훨씬 더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는 집중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다양한 일을 해 효율을 추구하는 멀티태스킹은 주의를 분산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만 집중했을 때보다 오히려 효율이 낮다.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e메일을 작성하면서 회의에 집중할 수 있을 리 없다. 제이크 냅은 “스프린트를 진행했던 사람들이 ‘5일의 시간 동안 몇 달 치에 해당하는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우리 회사에선 못한다’ 생각하고 있는거 압니다 ㅎㅎ
※ 회사에서 스프린트를 해 보고 싶은 주니어라면
아무리 좋아보이는 방식이라도 회사에서 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제이크 냅이 주니어를 위해 알려준 ‘회사에서 스프린트 시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일주일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
- 혼자 프로젝트를 할 때 시도해보고, 성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주장할 수 있다.
- 회의를 할 때 스프린트의 일부 프로세스를 따서 적용해보자고 말한다. 예컨대 안을 결정할 때 ‘스티커 붙이기’ 방식을 쓰는 식이다. 일부를 적용해서 익숙해지면 전체 스프린트를 제안할 수 있다.
- ‘이렇게 하니까 안 됐었다’라고 지금까지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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