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각지대 감시하는 신호등, '스마트 안전비콘'

조회수 2017. 5. 18. 1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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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아파트, 대학 등 도로외 구역 위험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접수건의 16.4%가 도로외 구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 2명 중 1명(51.0%)은 주택가 등 편도1차로 이하의 이면도로에서, 어린이 10명 중 1명 이상(13.5%)은 아파트 단지 등 주차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주차장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공간이다.

아파트, 대학, 마트 주차장, 공장, 병원 등 도로외 구역 대부분이 ‘사유지’다.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통계집적 대상에서도 빠진다. 정부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대책도 제대로 수립되기 어렵다.


알트에이(Alternative A)’는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한 IoT 스타트업이다. 아파트 단지, 마트 주차장 등 독립형 생활공간에서 운전자 사각지대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보행자 교통사고율을 낮추기 위한 IoT 스마트 안전비콘을 개발했다.


알트에이의 스마트 안전비콘은 쉽게 말해 운전자 전용 신호등이다. 교차로, 건널목, 사유지 등 자동차가 다니는 길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설치돼 운전자가 진입할 때 충돌대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센서가 아니라 카메라가 달려 있다. 평상시에는 노란 신호를 띠고 있다가 누군가 접근하면 카메라로 이를 감지해 빨간불을 점멸, 운전자가 서행운전하도록 유도한다.


또 알트에이는 스마트 안전비콘을 통해 이들 공간에서의 교통 데이터를 수집한다. 자율주행자동차 및 네비게이션 회사 등이 가진 사유지 교통 데이터 부재를 해결하고자 한다.

안전을 위해 ‘불안전’한 시장에 도전하다

이태우 알트에이 대표는 통계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공대생이다. 그도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스물셋이었던 2014년 9월, 공모전 수상으로 창업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창업캠프는 혹독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전부 버리고, 캠프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내 발표해야 했다. ‘우회전 코너구간 신호등’이 그의 뇌리를 번뜩 스쳤다. 운전을 하다 보면 우회전 코너구간에서 시야 확보가 안돼 사고가 나기 쉽다. 위험구간에 위험을 알려주는 신호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를 들고 공모전에 나간 후, 메일이 쏟아졌다.


“아이템은 언제 상용화돼요?”


“운전할 때마다 우회전 코너 구간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디어가 너무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아이디어를 냈고, 필요성을 인정받았고, 스스로도 공감했다.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을 염두에 두고 머리를 맞댈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스펙업에도 올려보고, 학교에서도 괜찮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죠.
끈끈한 결속감으로 뭉친 알트에이 멤버들. 안형준 CTO, 최상일 COO, 이태우 CEO, 최성현 CIO, 김보관 CDO(왼쪽부터)

알트에이의 핵심 멤버 5명이 모두 모인 건 2015년 여름 무렵. 모두가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했던 것은 아니었다. 취업준비생도 있었고, 연인과 헤어진 탓에 몰두할 게 필요해서 스타트업에 들어올 결심을 한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이 없어서 통신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버지의 빈 사무실에 무작정 들어갔다. 0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우회전 코너구간 뿐만 아니라 사각지대 전반에 설치하는 신호등을 만들기로 했다. 알트에이는 특히 사유지에 주목했다. 앞선 통계자료처럼 사고발생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 ‘비안전지대’였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서 충돌대상을 감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처음에는 적외선으로 움직임을 감지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모전에서 받은 300만원으로 적외선 센서란 센서는 다 구매했다. 그런데 태양광에 있는 적외선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오작동이 벌어졌다. 실패였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카메라 영상처리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사용해서 모든 운전자가 공통자가 반드시 서야 하는 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카메라가 알아서 사람, 자동차, 오토바이, 유모차를 파악한다. 차종도 분류할 수 있다. ‘차세대 볼록거울’이다.

디자인이 예쁘고 직관적이다.

교통 데이터에서 미래를 찾다

안전은 대체로 ‘비싸다’. 사유지에도 신호등이나 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지만, 신호등 하나를 설치하는 데에 1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최근에 나온 첨단안전시설물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 약 550만원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안전을 누릴 수는 없는 걸까.


가능할지도 모른다.


알트에이의 스마트 안전비콘은 기존 첨단 안전제품보다 70%가량 저렴하다. 현재 가격은 250만원대다. 앞으로 금형을 뜨면 원가가 현재의 3분의 1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100만원 이하다. 판매 방식은 둘로 나뉜다. 직접 판매 또는 대여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기기 대여를 신청하면 2년 동안 월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최대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

수익모델은 필수. 그런데
돈은 대체 어디서 벌어들일 수 있나.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모델이다. 알트에이도 마찬가지였다. 100원 한 푼 없이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멤버들을 위해서도, 회사의 영향력과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수익모델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알트에이의 키워드는 ‘안전’이 아닌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데 돈을 벌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제품을 판매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판매, 리스, 유지보수비로 기업을 꾸려가면 제조와 영업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안전시설물을 ‘비싸게’ 팔고 싶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장성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알트에이는 제품 판매 외의 수익모델을 찾기로 했다. 뒤로 물러서자 더 큰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안전제품을 돈 받고 팔자니 회사의 가치관과 안 맞더라고요. 굉장히 많은 괴리가 있었어요. 또 안전제품을 만들면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써야 하는데, 비싸면 확충도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수익은 필요하잖아요. 전광판을 만들어 광고를 하자, 아파트 단지를 타깃팅하고 있으니 세대 호출 기능을 추가하자. 별난 아이디어들이 다 나왔어요. 그러다보니 제품이 산으로 가더라고요. 다 멈추고 다른 수익 모델을 찾기로 했어요. 그때 IoT가 생각났죠. 사물인터넷이라는 게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건데 우리는 주기만 하고 받아오는 게 없더라고요. 사유지 내 교통데이터가 없다는 데까지 미치게 된 거죠.

알트에이의 수익모델은 ‘교통 데이터’다. 현재까지 사유지 교통데이터를 가지고 있던 기관이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마트 안전비콘은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제품이다. 센서 카메라는 사람을 인식하기 때문에 보안용 CCTV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교통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설치할 이유가 충분하다. 사유지 교통 데이터가 쌓이면 사유지의 교통관리체계를 보다 스마트한 방식으로 구축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S

알트에이는 앞으로 교통 데이터를 필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분야 기업에게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익모델을 그리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중요한 요소는 센서와 교통 데이터, 이 두 가지다. 일반 도로의 교통 데이터는 있지만 사유지 교통 데이터는 없다. 교통 데이터 수집 장치를 깔고 싶어도 사유지에서 반대한다. 사유지는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각 사유지의 소유자들에게 허가를 구해야 하는 것 역시 일이다. 아직까지는 센서만으로 자율주행차를 구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알트에이의 사유지 교통 데이터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이유다.


알트에이는 교통 데이터로 얻는 수익을 스마트 안전비콘 사용자들과 ‘쉐어’할 계획이다. 직접 제품을 판매하게 되면, 사유지의 소유주와 7대3으로 수익을 나눈다. 사유지의 몫이 7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데 수익까지 얻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제품을 대여하면 알트에이의 몫이 7이고 사유지 쪽이 3을 받는다. 교통 데이터의 수익을 분배하기 때문에 사유지의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설치 유인이 충분해 인프라 구축이 용이할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알트에이는 교통 데이터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법적인 문제 등 까다로운 이슈들이 남아있는 상태다. 쌓아놓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알트에이가 지향하는 방향에 공공의 안전과 혁신이 함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스마트 안전비콘은 올해 4월 단국대 죽전 캠퍼스에 시범 설치됐다. 운영 결과, 운전자가 사각지대에 진입할 때 평균 속도가 기존 시속 40km에서 스마트 안전비콘을 설치한 후에는 시속 25km까지 줄어들었다. 조사 기간은 짧았지만 신호등 모양이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인지 효과가 빨리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운전자가 주의대상을 발견하고 정차했을 때, 보행자와 차량 사이 거리가 1.3m 정도였다면 설치 이후 4.1m로 늘어나 안전거리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성과를 거뒀다.


알트에이는 서울산업진흥원과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용산구 중 스마트 안전비콘 설치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올해 10월께면 영국 런던의 킹스턴에서도 알트에이의 스마트 안전비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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