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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 리 '북한 이야기,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분노 느껴'

북한 출신이 아닌 작가가 북한을 주제로 한 소설을 발간한 경우는 드물다. 크리스 리가 첫 작품부터 주목받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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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6.10. | 3,92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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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리 소설집 '나는 어떻게 북한 사람이 됐는가(2016)'와 '떠도는 집(2012)'

출처 : KRYS LEE

고향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풍경으로 시작된다. 지하 대피소처럼, 깊게 파고 들어가는 평양 전철길. 보성강변에서 술에 취해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노인.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들인 것마냥 노동소 주변을 북쪽으로, 북쪽으로 둘러싸고 있는 전기 철조망들…. 나의 고향, 감옥의 풍경이다.

(Home still begins as an image for me. The pyongyang subway line dug down as deeply as a bunker. The elderly drunk and dancing by the Pothong River to the brass kwaengwari's tinsel music. The electric fences circling hundreds of labour compas farther north that we pretended didn't exist. These images are my home, my prison sentence.)

-크리스 리(2016) , <나는 어떻게 북한 사람이 됐는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 리(Krys Lee)가 2016년 펴낸 영문 소설 '나는 어떻게 북한 사람이 됐는가(How I became a North Korean)'의 첫 장은 주인공 영주가 옛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 탈북자 박연미 씨의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등 그간 탈북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출판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 리처럼 북한 출신이 아닌 작가가 북한을 주제로 한 소설을 발간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가 2012년 첫 소설 '떠도는 집(Drifting House)'을 펴냈을 때부터 세계 문학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크리스 리는 목사 아버지를 따라 4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출처 : KRYS LEE

크리스 리 작가를 BBC 코리아가 영국 런던 BBC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북한 이야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분노 느껴"

미국에 자리잡은 탈북자 가족 등 타국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애환을 담은 첫 작품으로 그는 로마상(Rome Prize)과 스토리 프라이즈 스포트라이트 어워드(The Story Prize Spotlight Award) 등 굵직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따냈다.

크리스 리는 4살 때 기독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등한 자유와 모든 이들의 평등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소설의 많은 부분이 내게 영감을 줬던 이들, 또 나를 분노하게 했던 사람들에게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의 사연이 흥미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는 일부 사례들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북한 이야기나 현재의 북한 상황을 이용해 권력이나 돈을 좇거나, 스스로의 유명세를 끌어올리려는 사람들에게서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내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책이 소설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 사람들과 여러 차례 만나며 많은 영감을 받고, 다양한 소재를 얻었지만 책 내용 대부분이 각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삶에 대해 다룰 땐 언제나 정말로 조심스럽다"며 "특히 북한 사람들의 삶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도 했다. 탈북자들이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막상 이야기가 퍼지자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연을 소설로 써달라며 5년치 일기장을 건넸던 한 북한 출신 지인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해당 지인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쓰진 않을 거다. 글이 일단 공개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요청을 거절했다고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크리스 리 소설의 많은 등장인물이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오가며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같은 설정 역시 그가 실제 만났던 탈북자들에게서 비롯됐다. 한국과 미국, 영국을 오가며 살았던 자신의 경험도 투영했다.

그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북한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복잡한 경험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국에서 하찮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면서 "이런 경험은 누구나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마음을 물었다. "북쪽에서든 남쪽에서든,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길 바라며 통일을 기원하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정말로 아프다"는 답이 돌아왔다.

크리스 리는 2013년부터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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