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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학대' vs '놀이'..BDSM과 폭행의 경계

'미투'운동을 지지했던 뉴욕주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이 성관계 중 여성 학대 의혹을 "놀이었다"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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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5.15. | 94,38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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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SM, 놀이와 학대의 경계는 어디일까?

출처 : Getty Images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수사를 이끈 뉴욕주 검찰총장 에릭 슈나이더만이 성관계 중 여성 학대 의혹을 "역할극 놀이였다"며 부인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여성 4명은 슈나이더만이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려고 했고, 목을 조르고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4명의 피해자 중 3명은 성관계 중 폭행당했고, 다른 1명은 슈나이더만을 거절하자 폭행당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슈나이더만이 합의하지 않은 채 "주인님"이라고 부를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슈나이더만 총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사퇴했지만, 더 뉴요커 잡지에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한 적이 없다. 나는 아무도 폭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연인 사이의 "놀이"였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에릭 슈나이더만은 미국 최고의 변호사 중 한명으로, '미투'운동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했다

출처 : AFP

슈나이더만의 전 여자친구 미셸 매닝은 "이건 '성적 게임'이 잘못돼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나는 신체적인 폭행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 검찰은 슈나이더만의 여성 폭행 및 학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폭행죄로 기소된 사람이 폭행이 '합의된 거친 성관계'의 일부였다고 주장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캐나다 음악가이자 라디오 진행자였던 지안 고메시(Jian Ghomeshi)는 성관계 중 합의 없이 여성의 목을 조르고, 때리고, 깨문 것으로 폭행혐의를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인 영화 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2015년 성적 경계를 지키지 않고 9명의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혐의를 부인했고 기소되지 않았다.

슈나이더만은 BDSM과 관련해 면밀한 조사를 받았다.

BDSM이란?

BDSM은 bondage(구속), discipline(규율), dominance(지배), submission(복종), sadism(사디즘) and masochism(마조히즘)의 약자다.

섹스 전문가들과 BDSM 커뮤니티 회원들은 BBC에 파트너들이 고통을 가하거나 신체적 학대를 견디는 것에 대한 완전한 동의가 BDSM의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페티쉬 클럽인 토쳐 가든(Torture Garden)의 임원 중 한 명인 앨런 TG는 "BDSM엔 매우 중요한 지침이 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완전한 동의다"라고 말했다.

'킹키 섹스(kinky sex)'로도 알려진 BDSM을 실천하는 사람 중 다수는 자신을 BDSM 관계나 BDSM 커뮤니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성적 상상력의 경계를 탐구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섹스 코치 협회(World Association of Sex Coaches) 이사 사라 마틴은 "많은 사람이 눈가리개를 사용하는 등 간단한 것부터 시작한다. (BDSM에는) 특정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완전한 동의'가 필수다

마틴은 "동의는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어느 시점에서든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처음 동의하면 관계가 끝날 때까지 동의하는 거로 간주하는데,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익명의 섹스 블로거는 "사람마다 다른 신체 반응을 보인다. 엉덩이를 때리는 것에 동의할 수 있지만, 만일 파트너가 노를 사용해 때리려고 한다면 이건 동의에 의한 행위가 아니다. 만일 사전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때리기, 채찍질, 눈 가리기 등으로 상대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앨런 TG는 BDSM 관계 시 지배자(dominant)가 통제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는 "좋은 지배자는 순종자(submissive)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고, 그것이 지배자에게도 기쁨을 줘야 한다. 이것이 일방적인 관계는 건강하지 않은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임상 성과학자 셀리나 크리스 박사도 "사실 순종자가 더 힘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순종자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하지 마'라는 말로는 부족할까?

전문가들은 의사소통과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성적 환상을 공유하려면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하고, BDSM 관계가 성립하려면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크리스 박사는 "BDSM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협상 기술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파트너가 서로를 만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섹스 블로거는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서로의 몸짓과 톤을 확인하고 모든 놀이 단계에서 편안한지 계속 질문하고 확인하는 것을 추천했다.

한 익명의 저자는 BDSM에는 "즉시 멈추라는 의미를 담은 특정 단어나 동작들이 있다"며 일반적인 예는 신호등의 색상이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은 "좋다, 계속해라", 노란색은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 붉은색은 "그만하라, 끝내자"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 마"라는 말 한마디로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

마틴은 "상대가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성적 판타지의 일부일 수도 있다. 상대와 특정 신호를 정해놓으면 지배자는 이러한 표현이 성적 카타르시스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BDSM은 폭행 합리화 수단이 아니다

종종 넘지 말아야 할 성적 경계를 넘는 일이 발생하지만, 크리스 박사는 의사소통, 협상, 그리고 상호합의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거친 성관계가 학대가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적 판타지를 담은 소설 및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언급하며 "BDSM에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에 근거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마틴은 BDSM 관계에 대한 주류 묘사는 환상에 근거한 것이고, BDSM에 필요한 협상의 수준이나 지속적인 대화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며 "학대가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의사소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섹스 블로거는 "과거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책임회피를 하기 위해 변명으로 'BDSM 관계의 일부였다'라는 말을 사용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은 "BDSM은 관능적이지만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무지를 이용해 BDSM을 폭력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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