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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 외에도 우리 주변에 참 많은 자퇴생

한국에서만 매년 6~7만명이 배움과 기회를 갈망하며 학교를 벗어나거나 학교에서 쫒겨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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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4.07. | 70,15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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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생, 학교 밖 청소년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이들은 왜 학교 밖으로 나온 것일까?

자퇴생을 바라보는 시각: 10년 전과 지금

이성학

10년 전 자퇴를 결정하자 선생님은 물었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는 애가 왜?"

자퇴생은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는 등, 비행 청소년일 것이라는 인식이 그만큼 팽배했다.

8년 전 자퇴한 권성은 씨에게도, 2년 전 자퇴한 정유은 씨에게도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아, 자퇴생이야? 술, 담배 하겠네?"

부도덕한 일을 해서 자퇴했다는 편견도, 자퇴 자체가 부도덕하다는 인식도 많았다.

학교 밖에서도 편견의 시선은 여전했다. 정유은 씨는 임신했냐는 소리도 들었다.

"'임신했어? 무슨 사고 쳤어? 아, 경찰서 많이 왔다 갔다 했겠다.' 그 말 듣고 집에 가서 울었어요."

"지하철에서 모르는 할머니에게 듣지도 못한 쌍욕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 시간에 학교에 안 있고 어디를 싸돌아다니냐고요."

이성학 씨는 왜 자신들이 문제아라고 여겨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 문제 있다고 공감하실 텐데... 문제 있어서 나왔잖아요. 근데 왜 학교 나온 사람들이 문제아지?"

'못 버틴 아이들'

정유은

정유은 씨는 공교육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자퇴를 결심했다.

"자퇴 이유가 참 많은데…. 우선 대학교만을 바라보게 하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어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학교가 아닌 다른 길도 있다'며 선택의 여지를 남겨주셔서, 그 영향으로 자퇴를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올해 25살인 권성은 씨도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배우기 위해 학교를 나왔다.

"좀 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거죠. 저는 음악을 더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친구는 커피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나왔어요."

하지만 그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권성은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권성은 씨는 면접에서 "그렇게 학교 공교육도 못 받으신 분이 이렇게 가르치실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고 탈락했다.

정유은 씨도 "학교라는 작은 사회도 못 버티고 그만두면 어떻게 세상을 버텨나갈 거냐"고 꾸중을 들었다.

비록 학교라는 수단을 거치지 않았지만,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온 둘은 자퇴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못 버틴 아이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저는 왕따 당했어요."

최혜영 씨는 2년 전까지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집단 따돌림으로 마음의 병을 안게 된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과 '아픈' 아이는 써줄 수 없다는 면접관의 질책뿐이었다.

"왜 자퇴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솔직하게 '이런 일 때문에 아파서 자퇴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아프면 쓰기 좀 그런데?' 하시면서 많이 탈락했어요."

지난 2017년 하반기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0.8%인 약 3만 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한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스토킹, 신체폭력 순으로 연령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2~3개 학급당 한 명꼴로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스토킹 등을 경험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졸업까지만 기다리자. 고등학교 가면 나아지겠지 하고 버텼는데…"

"고등학교 입학 3일 만에 그 희망이 산산조각이 나버렸어요."

'못난 부모'가 되어버린 엄마, 아빠

"중학교 졸업까지만 기다리자. 고등학교 가면 나아지겠지 하고 버텼는데…" - 최혜영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지만,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차갑다.

"엄마 아빠한테 사람들이 '어…. 따님 자퇴하신다면서요?'라고 하는 거보고 미안할 필요 없는데 사실 괜히 미안했어요."

자녀가 자퇴했다는 이유로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못난 부모'가 되기 십상이다.

이성학 씨는 자퇴생 부모님 모임이 이러한 사실 때문에 자주 눈물바다가 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운영하는 세학자(세상이 학교인 자퇴생) 모임에서 따로 어머니 모임이 있거든요. 거기 가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들 우세요."

"'내가 잘못해서 자식이 학교를 졸업을 못 했다'라고 자책하시면서요."

따돌림으로 자퇴를 결정한 최혜영 씨는 어머니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일을 안 다니고 너를 돌봤으면 이렇게 안 되지 않았을까?"

자퇴라는 선택에서 오는 무게를 온 가족이 짊어지고 있다.

언론, 자퇴생...꼭 특정해서 이야기 해야했나요?

뉴스 이미지 캡처

출처 : 연합뉴스

"'여고생 집단폭행'…경찰 10대 자퇴생 등 4명 체포 영장"

인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을 다룬 연합뉴스, 조선일보, JTBC 등 다수 언론의 제목이다.

제목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결정되지만, 이 결정이 자퇴생들에게는 제법 섭섭했던 모양이다.

최혜영 씨는 이러한 제목의 기사로 인해 자퇴생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사 보고 사람들이 '자퇴생들은 이래서 안 돼,' '이래서 학교를 벗어나게 하면 안 된다니까' 하는 거예요."

"누가 마음에 휘발유 통을 던져놓고 불붙이고 도망간 것처럼 속이 활활 타요."

정유은 씨는 이러한 제목이 어긋난 프레임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 안과 학교 밖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문제인 건데… 이런 것 때문에 범죄를 일으켰다고 하면 무조건 '아, 학교 밖이라서 그래'가 되는 거죠."

권성은 씨 역시 이에 동조했다.

"프레임을 덧대는 것 같아요…솔직히 많이 속상하죠."

자퇴생은 어디에나 있다

"자퇴생이 6% 정도 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어요. 한국에 있는 수입차 비율이 6%라던데, 아무 데나 가도 보이잖아요. 자퇴생은 흔해요. 우리가 못 볼 뿐이지."

요즘 한국 10대들을 뒤흔든 <엠넷>(Mnet) '고등래퍼2'에는 자퇴생 래퍼, 이병재(빈첸)이 나와 자신의 자퇴 경험을 노래했다.

"자퇴하지 않고 견딘 친구가 전교 몇 등을 했단 얘기 들은 엄만 어떤 기분이신가요"

"아들이 못나 보이고 어디서 얘기 꺼내기도 쪽팔리신 가요."

Mnet 고등래퍼2 이병재(빈첸) -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출처 : Mnet

이를 보고 자신을 자퇴생이라고 밝힌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자퇴생들의 자퇴 이후 삶이 대부분 "십 대 범죄 기사에서 사회 혼란의 원인처럼" 다뤄지고 있다며 한겨레 신문 기고문에서 밝혔다.

매년 6~7만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발생한다.

수입차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이야기.

사회는 이들의 이야기에 얼만큼이나 귀를 귀울일까?

자퇴생의 현실

학교 밖 청소년은 크게 진로, 사회진출 등을 이유로 자퇴하는 적응형, 그리고 흥미 상실, 학교폭력 등을 이유로 자퇴하는 부적응형으로 나뉜다.

수단으로써 자퇴를 선택한 정유은 씨가 대표적인 적응형,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퇴한 최혜영 씨가 대표적인 부적응형이다.

학교 밖 청소년 14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큰 차이 없이 대부분 "처음 계획했던 일들이 잘 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한데 주변인들의 부정적인 시선까지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인터뷰에서는 4명의 이야기만이 담겼지만 말이다.

최선은 학교가 모든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형태의 교육을 제공해 학교 밖 청소년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증가하는 게 현실이라면 이들의 상황과 욕구를 파악해 학교 밖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대학교의 청소년 복지 연구에 따르면 자퇴생들이 학교를 그만둔 직후부터 6개월이 위기다.

자퇴생 가운데 높은 비율이 이 기간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거리를 배회했다. 일주일 이상 가출하거나 비행으로 보호관찰을 받거나, 소년원에 입소하는 비율도 높았다.

'자퇴생입니다. 어떻게 도움 받을 수 있나요?'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은 아래 웹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도움을 찾아보고 요청할 수 있다.

또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2018-2022)에 따르면 정부는 이 기간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지원을 시행할 방침이다.

  •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작업장'을 활성화해 목공예, 바리스타, 영상촬영 등 관련 기술 습득 및 직업체험이 가능한 청소년 작업장을 운영 지원 (여성가족부, 교육부)
  •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와 내일이룸학교간 연계를 통해 전문직업훈련 지원 (여성가족부)
  • 학교밖청소년 대상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진로탐색 및 설계 지원 (여성가족부)

영상 음악 제공: Yusei, Unexpected Space 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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