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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문대생은 왜 성폭행범으로 몰렸나

옥스포드생 올리버에게 경찰이 들이닥친 건 17번째 생일이 막 지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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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2.02. | 63,10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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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화학을 공부하던 올리버 미어스.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그에게 경찰이 들이닥친 건 17번째 생일이 막 지난 직후였다. 2015년 여름, 한 파티에서 10대 여성을 성폭행 한 혐의였다.

수사는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사이 올리버는 학업까지 중단해야 했다.

그런데 올해 1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새 증거가 확보돼 올리버에게 성폭행 혐의를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 예정일 바로 전날이었다. 검찰의 손에 들어간 새 증거물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일기장이었다. 해당 일기장엔 올리버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초기 조사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는 피하지 못했다. 당초 여성의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을 제대로 살펴봤더라면 올리버가 억울하게 기소되지 않았을 거란 비난이 쏟아졌다.

수사 시스템의 배신

리암 앨런은 12건의 성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은 무산됐다

출처 : BBC

무스를 발라 넘긴 머리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사진 속의 리암 앨런. 올해 22살인 그는 강간을 비롯해 12건의 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2년에 걸친 수사 끝에 재판일이 잡혔고, 많은 이들이 중형 선고를 예상했다.

하지만 '운명의 날' 사흘 전, 재판은 무산됐다. 검찰의 요구에 따라 경찰이 제출한 그의 휴대전화 기록 때문이었다. 경찰이 갖고 있었던 4만 건의 문자 메시지 가운데는 리암을 고소한 여성이 리암에게 성관계를 먼저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범죄학을 전공했던 리암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을 "정신적 고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들어가고 싶었던 조직이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시스템에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담당 수사관을 다른 보직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수사관이 위법을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징계를 내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혐의 벗어도 계속되는 고통

BBC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 수사관이 증거를 제대로 내지 않아 뒤늦게 사건이 기각된 사례는 7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만 916명이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가 인정돼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사건이 기각됐다고 해서 억울하게 기소됐던 이들이 다시 예전같은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억울하게 피의자로 몰리는 순간부터 얼굴과 이름이 온 세상에 공개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크리스티나 보스앙카는 유치장에서 홀로 출산했다

출처 : BBC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풀려난 크리스티나 보스앙카는 13달에 걸친 구금 기간 동안 유치장에서 홀로 아이를 낳아야 했다. 크리스티나는 동료 2명과 함께 여성 한 명을 루마니아에서 영국으로 인신매매 하려 한 혐의로체포됐다. 고소 여성은 그 과정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여성은 2016년 영국 입국 당시 이미 임신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 여성의 페이스북에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내용까지 남아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그 누구도 잃어버린 내 시간을 돌려줄 순 없다"며 누군가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의 대책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영국 경찰과 검찰 측은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여기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성 범죄 사건들을 전부 다시 검토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알리슨 선더스 검찰총장은 "이번 재조사가 상당한 건수의 사건들을 기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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