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되면 완판 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지금 사도 괜찮을까?

조회수 2017. 10. 19.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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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인공지능 스피커, 망설이는 소비자

쏟아지는 인공지능 스피커, 망설이는 소비자

인공지능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작금, 양대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예상 이상의 성과를 보이며 사람들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네이버의 ‘웨이브’와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두 제품은 현재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10월 말 정식발매를 앞두고 9월 18일 사전판매를 개시한 카카오미니는 서버폭주, 사이트 마비까지 불러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네이버의 웨이브도 지난 7월 일본에서의 사전판매, 국내에서의 두 차례의 예약판매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그렇다면, 과연 지금 반드시 사야만 되는 ‘IT’템으로 볼 수 있을까.


웨이브와 카카오미니, 불을 붙이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인공지능 기술의 경쟁은 스마트폰을 지나 이제 스피커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의 ICT 공룡들이 연이어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애플과 소니까지 가세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7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오는 2021년에는 35억 2천만 달러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은 지금도 큰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도 5년 내에 5배 가까운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내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서막을 연 SK텔레콤의 누구(NUGU)
이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양대 포털 사이트 서비스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자 자신들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로 꼽힌다. 이어서 KT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이자 홈 허브 제품을 내놓았으며, LG유플러스도 이에 질세라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해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초기 제품들은 각각 1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 판매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판매점, 대리점으로의 밀어내기 결과였음이 밝혀지면서 판매치의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 해외에서는 전체 시장을 아마존의 에코가 견인하고 있다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가 아닌 양대 포털사의 제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는 1차 판매분인 4,000대가 35분 만에 매진됐으며, 2차 판매분인 4,000대도 하루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또한 연일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카오미니는 예약판매를 개시한 지 38분 만에 초판 물량 3,000대를 모두 팔아치우는 성과를 거뒀으며, 사전판매 알림 신청자만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대 포털사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제는 정말로 우리나라에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허브로의 인공지능 스피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7)에서는 기존의 시장 강자인 아마존과 구글은 물론 소니와 같은 새로운 업체들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였다. 기업도, 소비자도 이구동성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의 경쟁과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참여를 계기로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소니에서 공개한 AI 스피커.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 붐업이 늦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시장의 소비자들은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가 무엇인지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금의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해외에서 아마존 에코를 시작으로 붐을 이뤘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성공신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도, 그리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는 분명 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게임체인저가 될 애플의 홈팟


이토록 관심이 높은 인공지능 스피커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쓰이게 될까. 현재 아마존의 에코가 걷고 있는 길을 보자면 그 대답은 명확해 보인다.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에코의 알렉사는 현재 연동되는 스킬(Alexa's Skill, 알렉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과 비슷한 개념)이 2만 개를 넘어섰으며, 증가세에 탄력이 붙고 있어 내년에는 10만 개 이상의 스킬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렉사 스킬을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는 에코를 부르고, 에코를 통해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냉장고나 청소기, 에어컨, 전등 등을 컨트롤할 수 있다. 에코의 알렉사에 대응되는 구글 어시스턴트, 혹은 애플의 시리도 이에 만만치 않은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현재도 무궁무진하며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직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 공개된 CM처럼 AI 스피커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현재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에 대비해서 이제 막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어떠할까. 먼저 기술의 수준을 살펴보자.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다. 이 면에 있어서는 현재 국내의 인공지능 스피커들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양대 포털 사이트들은 물론, 다소 미흡한 수준이었던 이동통신사들의 인공지능 스피커도 현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연어 인식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알아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그 맥락과 의도를 읽는 것을 포함한다. 여기에서는 아직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가야 할 길이 멀다. “오늘 날씨 어때”라는 단순한 말은 제대로 알아듣고 그에 따른 결과값을 정확하게 출력할 수 있지만, 이 질문을 조금만 꼬거나 사투리라도 섞으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놓기 일쑤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자들은 실제로 음성인식 능력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다른 앱, 다른 사물과의 연계성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

응답자들은 외부소음을 명령어로 인식하고(37%),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지 못하며(46%), 아예 말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56%)고 답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데이터 축적량이 부족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헤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보다 많은 데이터의 집적과 그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사람의 말까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뭘까. 말의 의도에 따른 결과값을 내놓는 것이다. 이 면에 있어서도 아직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제대로 된 활용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날씨를 알려주고 약속시간을 기억하며, 음악을 들려주고 뉴스를 읽어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의 활용성은 딱 여기까지다. 모든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고자 하는 사물인터넷이라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무엇을 기대하느냐의 차이

인공지능과 이를 활용한 사물인터넷은 여러 사물이 공통의 플랫폼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향후 당분간은 가장 유력한 사물인터넷 허브로 자리 잡고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사물이 인공지능 스피커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사물을 인공지능 스피커가 직접 제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물인터넷 허브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제 막 인공지능 스피커가 보급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인공지능 스피커로 제어할 수 있는 다른 사물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매력적인 사전구매 특전을 제공한 카카오미니

국내에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아직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TV와의 연계성밖에 갖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서도 정해진 몇 개의 앱만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된다. 인공지능과 스피커라는 두 가지의 단어가 결합된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말에, 글로벌 ICT 공룡들은 전자인 인공지능에 무게를 싣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아직은 후자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미니의 폭발적인 사전예약 판매 성과는 이 제품이 인공지능을 실은 스피커로 출시된 덕분이었을까. 오롯이 멜론 1년 무제한 사용권,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를 포함하고도 5만 9천 원이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 덕분이었던 것은 아닐까. 네이버 웨이브도 네이버뮤직 1년 이용권 구매자에게 제공된 4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에 붐을 이룬 것 아니었을까.

▲ 아직은 인공지능보다 스피커가 중심이 된 제품으로 봐야할 것이다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과연 지금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기에 적기일까. IFA2017을 계기로 외신들은 거대 IT 기업들의 영향력이 백색가전에도 퍼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해외의 대형 기업들은 속속 인공지능,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계되는 백색가전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활용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신이 영어를 사용할 수 없는 소비자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상황이 이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집적 및 분석에 따라, 그리고 인공지능 대응 사물의 보급에 따라 인공지능 스피커의 활용성은 앞으로 늘어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당신이 ‘스피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유용한 선택지일 수 있다(카카오미니와 네이버 웨이브 모두 사전판매 당시 블루투스 스피커로서의 가성비는 훌륭했다). 반면 인공지능 스피커의 ‘인공지능’에 중점을 둬서 구매하고자 한다면, 이는 현명하지 못한 소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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