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T 기술, 어디까지 왔나?

조회수 2017. 6. 26. 16: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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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 및 태블릿PC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고도 먼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이자 국토의 북반부를 강제 점령 중인 불법 집단으로 규정된 북한은 우리와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휴전 이후로는 먼 타지의 국가들보다도 오히려 정보를 더 접하기 어려운 곳으로 분류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의 경제 규모를 기반으로, IT 기술 측면에서도 세계 어느 곳보다도 닫혀 있고 뒤처진 수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IT, 스마트폰 관련 기술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소프트웨어에 집중된 북한의 기술 개발

▲우리에게는 정말 가깝고도 먼 북한

산업의 근반이 되는 가장 큰 규모의 산업은 제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이를 주요 산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국가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제조업은 여러 회사가 얽혀서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산업이며, 대규모의 장비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산업이기에 일정한 규모의 자본이 없으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산업이기도 하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가 영위하는 제조업은 주로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 집중되며, 고부가가치 제조업 위주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렇기에 제조에 관련된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국가들은 대부분 자원을 활용한 1차 산업, 혹은 서비스나 금융, 그리고 IT 기술에 집중하는 추세다.

북한 또한 그러하다. 3대 세습을 거친 독재의 과정에서 북한은 정치적 자유도는 물론 국민 경제에 있어서도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북한은 중화학 공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 왔으며, 이에 비해 경공업은 매우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은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IT 기술에 투자해 왔는데, 여기에서도 초기에는 하드웨어 개발 중심의 구조에서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하드웨어 개발에 투여되는 자금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여되는 것보다 많다는 단순한 이유에 근거한 것이다.
▲북한의 스마트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1960년대 아날로그 컴퓨터 ‘전진-5500’, 1970년대에는 제2세대 컴퓨터 ‘용남산 1호’ 등 예로부터 꾸준히 하드웨어를 제조해 온 북한은 1990년대에 들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90년을 전후로 북한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인 조선콤퓨터센터(KCC)와 평양정보센터(PIC)가 설립됐으며, 이들이 주도해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지녔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1997년부터 북한에서 개발되고 있는 바둑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은별’은 1998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그리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으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북한의 PC용 자체 OS ‘붉은별’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시찰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회 위원장

북한이 본격적으로 IT 산업의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 힘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였다. 2000년대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우수인재 양성교육이 진행됐는데, 금성 제1, 2 고등중학교,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등에서 IT에 대한 교육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 북한의 결과물이 화제를 모은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1년부터 개발에 착수, 2006년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표되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PC용 자체 OS인 ‘붉은별’을 들 수 있다.

붉은별은 2008년 1.0 버전이 공개돼 1년간의 시범 테스트 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실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OS다. 붉은별이 북한 외부로 그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10년 러시아의 한 대학생이 평양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손에 넣어 사용해 본 감상을 개인 블로그에 게재하면서부터였다. 자체 개발 OS라고는 하지만 붉은별은 온전히 북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계한 OS로는 볼 수 없다.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의 유명한 배포판인 ‘페도라(fedora)’를 기반으로, 일부 아이콘은 윈도우나 맥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리눅스 기반의 OS이기 때문이다. 붉은별은 북한의 내부 보안 강화와 체제 선전, 교육의 목적으로 북한 내 사용을 상정해 제작된 OS로, 2012년에 버전 2.0, 2014년에는 버전 3.0이 발표된 상황이다. 붉은별은 북한의 국가계획인 제3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에 개발 및 보급이 포함돼 있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사진에서도 스마트폰 핵심 부품 제조공정은 확인할 수 없다

붉은별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사용되던 PC의 사양에 맞춰져 있다. 이는 북한에서 사용되는 PC들이 대부분 저사양 PC임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는 PC가 모두 붉은별 OS를 설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학 및 기관에서 사용되는 OS의 대부분은 윈도우XP로 추측되고 있으며, 실제로 해외에서 이 OS가 판매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붉은별은 북한 내에서도 PC용이 아닌 서버용 OS로만 사용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

▲북한의 리눅스 기반 자체 개발 OS인 붉은별

붉은별 OS에도 또 하나 눈에 띠는 점은 이 OS를 위한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들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붉은별은 버전이 높아질수록 내장 소프트웨어도 늘어나고, 또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개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같은 형태의 ‘우리 오피스 프로그램’도 찾을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붉은별 OS는 물론이고 내장된 소프트웨어들도 표면적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소프트웨어들을 잘 모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확장성이나 발전 가능성은 찾아보기 힘든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의 IT 기술이 PC 기반에서 모바일, 스마트폰 단말기를 중심으로 발전한 2010년에 이르러서는 북한 또한 스마트폰에 관련된 역량의 강화를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북한에도 이동통신망이 존재하며, 또 스마트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것인 2002년이었다. 현재 북한에서 이동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는 ‘고려링크’와 ‘강성네트망’, 그리고 ‘별’로 우리나라처럼 3개사가 존재한다. 북한에서의 1위 이동통신사는 고려링크며, 북한 주민들은 W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그리고 허락받은 고위 간부와 외국인들은 북한 전역에서 3G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제를 모은 북한산 아이패드, 룡흥 아이패드 태블릿PC

그렇다면 북한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어떤 것들일까. 현재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대부분 중국산 피처폰이다. 북한에서 시판되는 단말기는 다른 국가들처럼 통신사별로 다른 모델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종을 통신 3사가 공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1위 통신사 고려링크만 별도의 자체 단말기를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북한 내에서 피처폰뿐 아니라 스마트폰도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2015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공식으로 허가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원조 아이패드 제조사인 애플은 당연히 룡흥 태블릿PC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중국산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체 스마트폰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5월 ‘아리랑’이라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평양타치’ 시리즈, ‘천지’ 등의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 제품 대부분도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리랑의 경우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사용한 안드로이드 단말기로, 사실상 중국에서 모든 부품을 들여와서 북한에서 조립만 해서 북한 자체 개발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형국이다(중국의 유니스코프가 만든 U1201). 아울러 안드로이드 기반이지만 구글을 비롯한 타사 앱을 사용할 수는 없으며, 앱 설치를 위해서는 북한의 자체 앱스토어인 ‘봉사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스마트폰의 내장 메모리로는 우리나라의 하이닉스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태블릿PC의 경우는 스마트폰보다도 더 많은 라인업을, 그리고 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북한에 태블릿PC가 처음으로 출시된 2012년으로 조선콤퓨터센터의 ‘삼지연’, 아침판다 합작회사의 ‘아침’, 평양기술총회사의 ‘아리랑’의 3종이 2012년에 출시가 된 바 있다. 이 태블릿PC는 세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단말기지만, 모두 일반적인 태블릿PC와는 다른 사용성을 보인다. 세 제품 모두 무선랜 접속이 불가능하며 유선 네트워크만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지극히 한정된 앱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이 제품들은 태블릿PC보다는 국내에서도 한 차례 붐을 이뤘던 PMP에 가까운 제품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기술력은 다른 국가의 스마트폰, 태블릿PC와의 비교는 불가능한 단계

2013년에는 룡악산정보기술교류소에서 출시한 ‘룡흥’, 2014년에는 북한에서는 최초로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울림’이 출시됐다. 최근 북한에서 아이패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 룡흥이 해외에 공개한 신형 태블릿의 이름이 ‘룡흥 아이패드’였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들 태블릿PC 제품들 또한 스마트폰처럼 중국의 저가형 제품을 수입해서 북한에서 조립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2012년 출시된 삼지연은 중국 CUBE의 U8GT, 아리랑은 A721과 동일한 모델로 보고되고 있다. 하드웨어와는 별개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해외의 개인 개발자의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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