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조회수 2018. 4. 23.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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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계통신비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중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가계통신비 문제 해소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정치권에서도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가계통신비 절감 8대 공약을 발표하며 이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온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뒤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실제로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의 단계에서 여러 정책들 중에서도 가장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방안은 주로 ‘단말기 자급제’의 활성화로 이야기되고 있다.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의 결과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작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가계통신비에 관련된 장기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구성한 바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4개월간 활동한 협의회는 통신비 관련 중장기 과제에 대해 선입견 없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협의체였다. 민간에서 통신정책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구성원, 정부의 5개 관련 부처 구성원은 물론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까지 총 20명이 참여한 이 협의회는 총 9차례의 회의를 마친 뒤 활동을 종료했다.

▲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논의를 진행한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

이들이 주로 논의한 내용은 보편요금제 도입, 기본료 폐지, 그리고 단말기 자급제 확대에 대한 것이었다. 논의의 결과는 보편요금제 도입 안건은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 무산, 기본료 폐지는 이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가 보편요금제 도입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논의 대상 제외라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실제로 본 협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은 단말기 자급제에 관련된 화두였다.

▲ 협의의 결과는 갤럭시S9 자급제폰 출시로 이어졌다

논의의 결과는 단말기 자급제를 자급률 제고를 통해 실현하는 방안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그 실제적인 협의 결과로 삼성전자의 신제품 플래그십 라인업의 갤럭시S9의 자급제 단말 출시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말해 협의회의 논의가 통신비 인하 유도의 방법을 보편요금제, 기본료 폐지, 완전자급제가 아닌 ‘자급제 활성화’를 통해서 이루자는 합의로 종결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나치게 낮은 우리나라의 자급제 비율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금번 협의체의 협의 결과는 통신비 인하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라는 데로 모두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단말기 자급제란 쉽게 말해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의 분리도를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는 제도로,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통신 서비스만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해외의 자급제 비율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

현재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일반적인 단말기 구매 및 통신 서비스 이용 방법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할부로 단말기를 구매하고 그와 함께 이동통신 서비스를 약정을 걸고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단말기 자급제는 우리나라에는 2012년 5월에 도입됐으나, 이를 통해 실제로 유통되는 단말기는 전체 통신 시장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자급제 이용률은 8%로 나타나고 있다. 즉 단순히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제조사의 단말기 유통까지도 이동통신사가 좌우할 수 있는 형태로 현재 통신 시장이 운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자급제 이용이 ‘특별’하며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다.

▲ 일본의 비율은 현재는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자급제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는 국내에 비해 단말기 자급의 비율이 상당히으로 높은 편이며, 최근 들어서는 그 상승률이 더욱 가파른 추세를 그리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전체의 84%, 중국은 72%, 미국은 39%으로 자급제 이용 비율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평균으로 따져도 61%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자급제 비율이 낮은 나라는 일본을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5%의 자급제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도 최근에는 중고폰 이용 촉진 등의 정책을 통해 자급제 이용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2016년 스마트폰 자급제폰 비율

이통사 경쟁 촉진을 위해 필요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곧 이통사의 단말기 판매율을 떨어트린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이는 이통사의 이익률과 직결된다. 지금까지 이통사는 단말기와 함께 높은 금액의 요금제를 결부시켜 이익률을 높여왔으며, 소비자들은 액면가 이상으로 단말기를 고가로 구매해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단말기 자급제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통신사들이 경쟁률 제고를 위해 단말기 유통가를 하락시키고 요금제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 자급제에 대해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통신사의 경쟁 촉진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단말기를 고가의 요금제를 묶어서 판매할 수 없게 될 경우, 통신사들은 통신 서비스 본연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단순히 이통사의 이익률이 떨어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단말기를 묶어서 판매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보조금, 즉 마케팅비의 절감을 통해 이통사도 단말기 판매를 통해 하락하는 매출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 해 동안 이통3사는 판매점에 장려금, 단말기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약 3조 4천억 원의 마케팅비를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 KT와 LG유플러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 중. 마케팅비 지출이 1위 기업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자급제 활성화가 단순히 이통사와 제조사의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 Average Revenue Per User)의 하락에서 그치게 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급제 활성화는 곧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소비자들이 움직이게 될 것이며, 자연스레 20%가량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단순히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들과 요금제를 중심으로 경쟁을 펼치게 되면, 이는 가격 경쟁과 요금제의 전반적 가격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제조사 주도의 단말기 유통가 저하에 대한 기대

단말기 자체의 높은 유통가에는 온전히 이통사의 책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 또한 이통사의 요금제 결합 판매 방식에 기대어 단말기 가격을 부풀려왔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는 곧 제조사도 이통사의 영업 활동과 마케팅비 지출에 단말기 판매 실적을 기대어 온 기존 방식의 전환을 강제시키게 된다. 이는 이통사 통신 서비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품 자체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 그리고 공급가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도 보인다.

▲ 자급제 덕에 다시금 국내에서 빛을 보고 있는 블랙베리

소비자들이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게 될 경우에 쉽사리 나타나고 있는 ‘과소비’의 성향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을 구매할 경우, 단말기의 가격을 쉽사리 체감하기 힘들 뿐 아니라 높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단말기와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기 쉬운 구조를 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프리미엄급 단말기의 시장 비중은 글로벌 전체 시장이 32%였던 반면, 국내는 87.9%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높은 가격의 단말기 구매율이 비약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아임백도 최근 자급제 폰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단말기들은 해외보다 일반적으로 10%, 많게는 20% 가까이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작년 9월,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무약정 갤럭시S8 공기계는 한국과 미국의 판매가가 20만 원 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외처럼 제품의 가격을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개별 단말기 구매 방식이 보편화될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필요에 맞는 단말기를 효율적으로 구매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제조사가 책정하는 단말기 판매가의 하락으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한술에 배부르진 못할 것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모든 것이 잘 풀렸을 때의 장밋빛 미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동통신사끼리의 경쟁의 측면에서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담합 관계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이며, 이익률 저하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요금제 저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작년 말 알뜰폰 사업을 중단한 홈플러스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경쟁 구도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25% 할인 선택약정제도로 인해 통신 요금제만 놓고 봤을 때의 알뜰폰의 경쟁력은 현재 과거보다 많이 저하된 상태다. 선택약정 할인율 증가 이후 알뜰폰의 월별 가입자 성장세는 0.8% 내외에서 0.5% 이하로 떨어졌으며, 1년 전 700만 명 가입자 돌파 이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이통사의 망 도매대가, 늘어나지 않는 가입자의 이중고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홈플러스, 이마트 등 많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서서히 시장을 떠나고 있는 추세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 대비 경쟁력 있는 요금제 구성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휴대폰 자급제가 활성화되더라도 이통사와 이들이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 신규 가입 중단을 발표한 이마트도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자급제는 경직된 현재의 단말기 유통 구조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줄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용 단말기와 자급제용의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해 판매되고 있는 갤럭시S9은 10만 대 이상의 자급제용 단말 판매라는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완전자급제에는 미온적인 입장이지만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오는 6월 이통사들의 공동 운영 통신요금 정보 포털 ‘스마트 초이스’를 통해 중고폰 판매 가격 공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자급제 활성화를 위한 각계에서의 다양한 시도, 그리고 노력은 모두의 기대만큼 빠르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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