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꺼지는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최악의 시련 찾아오나

조회수 2018. 1. 10.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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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이트의 화두는 '장인정신'이 아닌 '소비자 기만'

애플이 지금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하며 맞닥뜨렸던 논란은 실로 다양했다. 아이폰4를 출시한 때는 파지법에 따라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테나게이트', 얇고 가벼워진 만큼 충격에도 민감해 진 아이폰6의 내구성은 '밴드게이트'의 논란으로 번진 바 있다. 몇 차례의 '게이트'로 불리운 논란을 넘어선 애플은 지금 현재, 지금까지의 어떤 논란보다도 거대한 또 하나의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논란을 맞이하고 있다. 애플 스마트폰 사업 이래 최대의 위기로 이야기되는 금번 논란을 가리켜 현재 사람들은 '애플 배터리게이트'라 칭하고 있다.


아이폰의 취약한 내구성이 받아들여진 이유 

애플 제품이 이용자들에게서 가장 볼멘 소리를 들어온 것은 '내구성' 분야였다. 애플 제품의 취약한 내구성은 언제나 화제였다. A/S 기간이 종료되면 제품이 부서지는 소니의 제품의 내구성을 소니타이머라고 조롱했듯, 최근 몇 년 동안은 아이폰의 취약한 내구성을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타이머'라며 자조해 왔다. 여기에 부실한 이들의 A/S 정책이 만나, 이용자들은 애플 제품을 '고장나면 고칠 바에 새로 사야하는 제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애플이 유독 국내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애플 제품 내구성에 대한 인식은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전 세계 어디서든 애플 아이폰은 '내구성마저도 감성적인 제품'으로 통하고 있다.

▲ 수신 불량을 범퍼 무상 지급으로 돌파했던 아이폰4

사실 최근의 스마트폰의 낮은 내구성은 비단 애플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와는 달리 제품의 설계에 있어 내구성 외에도 다양한 기능, 그리고 얇고 가벼운 디자인과 무게를 중시하는 현대의 제품들은 과거의 제품들보다 오히려 내구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소니타이머, 애플타이머란 지속적으로 제품을 판매해 마진을 올려야 하는 제조사가 계획적으로 제품의 내구도를 떨어트리는 '계획적 진부화(계획적 구식화, Planned obsolescence)'를 꼬집는 말이지만, 대부분은 아이폰의 내구성 저하가 계획적 진부화보다는 혁신에 대한 욕심에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촌극으로 보아왔다. 아이폰을 더 얇게 만들기 위해서 제품을 경량화하고 부품의 집적도를 높이다 보니, 애플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사람 모두 '어쩔 수 없이' 내구성을 포기해 온 결과라고 받아들여 온 것이다.

▲ 두께 때문에 내구성을 희생했다는 혹평을 들었던 아이폰6플러스

아이폰4의 밴드게이트, 아이폰5의 녹테 현상, 아이폰6의 밴드게이트, 아이폰8의 배터리 팽창 등 다양한 문제를 겪어온 애플이 그래도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강도가 낮은 비판을 받아온 것은 낮은 내구성이 '재품 고도화를 위한 욕심'이라고 우리들이 받아들여 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폰의 낮은 내구성이 그저 소니타이머로 대변되는 '계획적 진부화'에 의한 결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티스트에 가까웠던 고 스티브 잡스의 제품 완성도에 대한 병적인 집착, 그리고 그 '결과물'로 받아들여져 왔던 아이폰의 위상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격하될 것이 분명하며, 애플이 꿋꿋하게 고수해 온 고압적인 A/S 정책과 논란에 대한 단호한 대처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게 될 것이다.


SLOW IPHONE, 심증이 아닌 확증이 되다있는 중저가 시장 

애플은 그간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추가되는 새로운 기능들을 구형 아이폰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형태로 기존 이용자들에게 신형 제품 구매의 이유를 부여해 왔다. 아이클라우드가 그러했고 시리가 또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새로운 아이폰의 기능을 사용하고 싶어서, 혹은 더 큰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어서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하는 이용자들은 많이 줄어든 추세다. 대신 '기존의 아이폰이 너무 느려져서'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iOS 버전 업그레이드에 따라 기존 아이폰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 새 아이폰 출시와 함께 구형 아이폰이 느려지기 시작한다는 의혹들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구형 아이폰의 성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타 스마트폰 또한 콘텐츠의 발전에 따라 제품 성능이 실질적인 저하를 맞게 된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폰은 안드로이드와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애플 아이폰은 정확히 규격화된 환경 내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최적화의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훨씬 더 나은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다. 고사양의 게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성능 상향평준화를 이룬 최근 몇 년 동안의 아이폰으로는(특히 해상도와 크기가 거의 바뀌고 있지 않은 아이폰6 이후의 아이폰들은) 콘텐츠를 즐김에 있어 여타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보다도 불편함이 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의 분석을 인용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아이폰X의 수요가 초기 기대치보다도 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 iOS 11 공개와 함께 이용자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구형 아이폰들은 그렇지 않았다. 메이저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때마다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은 아이폰이 이전보다 확연히 느려졌음을 토로했고, 불편함을 견디다 못해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해외 매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이 현상을 가리켜 '슬로우 아이폰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메이저 업데이트 때마다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면 구형 아이폰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만들고 있다.' 심증적으로 이런 의심은 점차 커져가고 있던 중에, 새로운 아이폰과 함께 공개된 iOS 11에 이르러 아이폰6 시리즈 이용자들의 슬로우 아이폰 현상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아이폰이 빨라진다? 

iOS 11 업데이트와 함께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은 '새로운 iOS로 업데이트하면 아이폰이 확연히 느려진다'는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빠릿빠릿한 새로운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냐는 옹호론과 '정말 내 아이폰이 눈에 띠게 느려졌다'는 이들 간에 팽팽한 논란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지난 12월,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아이폰이 느려진 원인이 다름아닌 '배터리' 때문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글이 화제를 모았다. 그 글은 오래된 배터리를 탑재한 아이폰의 배터리를 교체하니, 아이폰의 성능이 급격히 좋아졌다는 체험담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에 대해 스마트폰 벤치마킹으로 유명한 '긱벤치'가 조사한 결과,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아이폰의 성능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지난 12월 18일 밝혀졌다.

▲ 원인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다. 배터리가 교체되면 아이폰이 빨라진다?

테스트 결과 배터리가 노화된 아이폰6S는 두 세대 전의 제품인 아이폰5S보다도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이게 되며,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에는 성능이 다시금 원래의 스펙대로 회복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졌으며, 공지되지 않은 업데이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기 시작했다. 애플은 긱벤치의 테스트 결과 공개 후, 이들의 지금까지의 선례에 비추자면 이례적으로 빠른 이틀 만인 12월 20일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구형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내려가면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아이폰이 예기치 못하게 종료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 아이폰6와 6S 이용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배터리 잔량에 따라 AP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트리는 업데이트를 이용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실시했다는 것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이 코드는 지난 2016년 말에 업데이트된 iOS 10.2.1에서 최초로 추가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근 1년 동안 단 한 번도 이용자들에게 임의적 스펙 다운에 대한 내용이 고지된 적 없다. 배터리 성능은 스마트폰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애플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압적인 A/S 정책을 취하고 있어 배터리 교체가 불편할 뿐 아니라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편이다. 기존 제품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이를 개선시킬 방법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것, 이는 의심할 여지없는 '계획된 진부화'로 읽을 수 있다.


이번 게이트의 화두는 ‘장인정신’이 아닌 ‘소비자 기만’

애플의 대응에 대한 비난은 이들이 입장을 밝힌 이후로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지에서 업데이트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십만 명이 넘는 이들이 모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소송금액은 애플 시가총액을 넘어섰으며, 배터리게이트가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 애플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입장 표명 약 일주일 만인 지난 28일에는 구형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으로 1인당 50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애플의 추가대응이 발표됐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집단소송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으며, 교체 배터리의 원가를 이야기하며 교체 비용 29달러조차도 비싼 편이며 '애플이 이 사단 속에서도 아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 추운 곳에서 꺼진다는 제보가 빗발치는 아이폰X

실제 집단소송이 어떤 결과를 맺게 될 것인지는 아직 진단하기 힘들다. 특히 국내에서 준비되고 있는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명시적인 결과를 거둬들이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기된 9,999억 달러의 애플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소송은 상징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을 뿐 애플을 당장 쓰러트릴 수 있는 실질적 결과를 맺진 못할 것이 분명하다. 애플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도, 혹은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는 배터리 교체비용 지원금도 아니다. 임의적으로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조작하고, 또 그것을 밝히지 않았다는 기업의 윤리적 이미지에서 입게 될 타격이다.

▲ 팀 쿡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의 문제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대처가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 저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방책이었다는 논조다. 하지만 그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의 전력 설계 능력은 이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0도 이하에서 아이폰이 자꾸 꺼지는 '콜드게이트'를 겪고 있는 와중이다 보니, 애플의 전력 설계 능력은 소비자들이 상정하던 것에 훨씬 못미쳐 왔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애플이 겪은 '게이트'들은 모두 이처럼 기술적으로 미처 고려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금번의 배터리게이트는 기술적인 면은 물론, 기업의 윤리적인 면에서의 신뢰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금번 사태는 최악의 경우, 팀 쿡 CEO의 사임도 불사해야 할 정도의 커다란 피해를 애플에게 안겨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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