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0만원으로 해외에서 한 달 살기?!

조회수 2017. 6. 23.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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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치아코리아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열었다고 하죠?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 였지만

공항에서 내리기만 해도 느~긋 해지는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 낭만이 줄줄 흐를 것 같은데요! 


제주도에만 가도 이렇게 좋은데, 해외는요? 

해외는 어떨까요? 

누군가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 했던가요? 한 달간 한 도시에 머물며 조금은 느리게, 하지만 오롯이 느끼고 온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6개국 로컬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던 그들의 여행을 들여다보러 출발! 

여행의 시작


시드니는 어릴 적 제가 유학했던 곳이에요. 이모네 가족도 살고 있어 제겐 제2의 고향과도 같죠. 평소 남편에게도 제가 사랑하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때마침 안식월로 회사를 쉴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서머 크리스마스와 뉴 이어를 시드니에서 보내기로 했죠. 그렇게 그냥 이모네 가족 선물만 챙긴 채 빈 몸으로 떠났어요. 

살면서 여행 중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죠. 그리고 매일 바다에 나가 태닝하고 물놀이 했어요. 시드니 하면 떠오르는 '본다이', '맨리', 등 유명한 비치도 있지만 그보다는 로컬들이 가는 작은 비치를 주로 찾았죠. '브론티', '클로벨리', '타마라마' 등 작지만 로컬들의 활기로 가득한 바다에서 제가 부릴 수 있는 만큼의 여유를 부렸던 것 같아요. 

생활 여행의 기억


시드니는 이미 살아봤던 도시라서 한껏 여유로웠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에 지쳐 있던 제가 시드니에 오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죠. 


그리고 굉장히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시드니에서 지내면서 꾸밈없이 사는 삶에 대해서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요, 무언가 특별한 것을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로컬처럼 살려고 노력했죠. 그랬더니 또 다른 재미와 풍경이 펼쳐지더라고요. 


여행의 시작


2006년부터 1년간 더블린에서 살아쓴데 그당시 작업했던 것이나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하는 작업에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현재 해방촌에서 운영 중인 작업실 스완센터의 이름도 더블린에서 살던 동네의 타운 센터에서 따 왔을 정도죠.


솔직히 더블린이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예요. 하지만 더블린은 후다닥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최소 한 달 일정으로 가고 싶어 미루던 것이 어느덧 10년, 지금이야말로 떠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비행기표와 일주일치 에어비앤비 숙소만 예약한 채 떠났어요. 

살면서 여행 중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는 정신적으로 무척 지쳐 있었어요. 거의 일 년 정도를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못한 채 작업하느라 잠도 거의 못 자고 며칠 밤을 새우면서 보냈거든요. 


그렇게 도착한 더블린에서의 처음 며칠간은 집에 처박혀 그림 그리고 자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생활 여행의 기억


2006년 더블린에 가기 전 만났던 남자 친구와 롱디도 지내다가 2007년 더블린에서 3일간의 짧은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남자 친구는 이제 남편이 되어 함께 더블린에 가게 됐죠. 10년이 흐르는 동안 신기하게도 변한 게 없더라고요. 


10년 전의 제가 오버랩되면서 지금은 잃어버린 기분이 다시 되살아나고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그 결과 더블린에서 지내는 동안 그렸던 그림과 사진, 영상 작업을 모아 스완센터에서 전시도 열었죠.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여행의 시작


이집트에 방문하기 전 한 대륙을 5번 정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새롭기만 하던 그곳이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3개월가량 체류하면서 권태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익숙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집트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죠. 끝이 정해지지 않은 제 여행에 활력이 될 거란 확신이 들더군요. 


가기 전까지 아무런 정보가 없던 터라 유일하게 존재하던 한국인 카페를 예약하고 무작정 출발했죠. 운이 좋게도 집 없는 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살게 되었는데, 현지 부동산 어베와 집 앞에 걸어둔 렌트 간판을 찾아 발품을 판 덕에 에어컨 딸린 투 룸에 오션 뷰 집을 얻을 수 있었어요. 


살면서 여행 중


신선놀음이 이런 걸까요. 늘어지게 늦잠 자고 일어나 바다 근처 카페에 앉아 2천원짜리 쉐이크 한 잔 시켜두고 책을 읽다가 살갗이 따가워지면 바다로 뛰어들었죠. 우연히 마주친 여행자들과 스노클링을 하거나 산소통 하나 메고 30m 아래 바다로 내려가곤 했어요. 


이집트에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것이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딴 거예요. 밤에 하늘을 보면 정말이지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그때 들었던 '별빛이 내린다~ 안녕바다'의 노래는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어요. 

생활 여행의 기억


사실 다합은 평소 꿈꾸던 도시가 아니고 우연찮게 들른 곳이어서 더 감동이었어요. 특히 제가 지냈던 시기는 이슬람 교도들이 낮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 기간이라서 더 특별했죠. 


밤이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더우면 물에 들어가고 해가 지면 달을 보는 삶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음직한 일일테니까요. 


솔직히 한 도시에서 한 달간 살다보니 내일이 있다는 이유로 할 일을 미루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여유를 넘어 권태가 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내려놓고 골목골목을 걸을 때 비로소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죠. 그래서 천천히 하는 여행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여행의 시작


고향인 경상도에서 서울로 처음 올라왔을 때 느꼈던 설렘은 몇 년 지나니 다 사라지더라고요. 멋있게 보이던 높은 빌딩과 한강도 금세 시큰둥해졌어요. 그리고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제 스스로 지쳐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 교토 출장이 잡히고, 그 김에 느린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이미 다녀온 적 있는 오사카는 익숙하기도 하고 서울과 가까우니 혹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바로 돌아가기에 부담도 적었죠. 

살면서 여행 중 


오사카에 머무는 동안 완연한 휴식을 즐겼어요. 스스로에 대해 곱씹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도 했죠.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쉼표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겼거든요.


한국에선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도 자주 거르고 규칙적인 생활을 못했는데 이곳에서만큼은 요리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운동도 좀 했어요. 


엄마를 초대해 함께 여행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꼽자면 '히메지'에 있는 미국인 친구 집에서 3일 정도 보낸 때예요. 친구가 구글 로드맵을 켜더니 바닷가 근처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가 찍혔다며 고양이들을 확인하러 가자더군요.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왕복 24km를 달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행동이지만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져요. 확신이 없더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이더라고요. 


생활 여행의 기억


사실 떠나기 전엔 살짝 두렵기도 했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세상은 그대로 잘 돌아가고 저도 빠르게 일상에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 같았어요. 연고가 없는 곳에 터를 잡고,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그 안에 녹아들어 갈 기회는 모두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잖아요. 그런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죠. 


<GRAZIA> 2017년 6월호


DIGITAL EDITOR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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